스웨덴 국회 통상위원장 "원전 강국 韓과 긴밀한 협력 필요" [김태욱의 세계人터뷰]

김태욱 기자 2023. 9. 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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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 중 기후 위기 대응 선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은 오는 2045년까지 에너지의 100%를 '탈화석 연료'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머니S는 스웨덴의 기후 위기 대응과 탈원전 정책 철회 배경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9일 방한한 토비아스 앤더슨 스웨덴 국회의원(민주당·베스트라예탈란드주)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양국(한국·스웨덴) 협력이 원전을 중심으로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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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 앤더슨 스웨덴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위원장 "원전·에너지 선도국 韓, 핵심 협력국"
머니S는 기후 위기 대응 선도국 스웨덴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9일(한국시각) 토비아스 앤더슨 스웨덴 국회의원(민주당·베스트라예탈란드주)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머니S와 인터뷰하는 앤더슨 의원. /사진=김태욱 기자
유럽 국가 중 기후 위기 대응 선도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은 오는 2045년까지 에너지의 100%를 '탈화석 연료'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스웨덴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원자력발전'(원전)이다. 지난 1980년 이후 줄곧 탈원전에 앞장서 온 스웨덴은 지난해 10월 중도 보수 성향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의 취임 이후 '원전 확대'를 선언했다. '탈화석 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20년 간 재래식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최소 10기 건설키로 했다.

한국이 스웨덴의 이 같은 '원전 U턴'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1월 스웨덴 SMR 건설프로젝트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한수원은 현재 스웨덴 측으로부터 건설 프로젝트 사전심사 통과 통보를 받은 상태다.

머니S는 스웨덴의 기후 위기 대응과 탈원전 정책 철회 배경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9일 방한한 토비아스 앤더슨 스웨덴 국회의원(민주당·베스트라예탈란드주)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1996년생으로 올해 만 27세인 앤더슨 의원은 스웨덴의 대표적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그는 현재 스웨덴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스웨덴 역사상 최연소 상임위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한국을 방문하자는 제안에 여야 의원 전원 찬성했다"며 "한국·스웨덴 협력은 윈-윈(Win-Win) 구조"라고 강조했다.


"한국·스웨덴 협력, 윈-윈(Win-Win) 구조"


토비아스 앤더슨 스웨덴 국회의원(민주당·베스트라예탈란드주)은 머니S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스웨덴의 주요 협력국"이라며 "양국 협력은 윈-윈(Win-Win) 구조"라고 밝혔다. 사진은 스웨덴 오스카르스함 원전 모습. /사진=로이터
- 방한 목적은.

▶스웨덴의 국회 위원장으로 여야 의원들과 함께 방한했다. 에너지와 지식재산권, 무역 등이 이번 해외 연수의 주요 의제로 스웨덴 투자·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지지를 표하기 위해 방한했다.

- 여야 만장일치로 한국 순방을 택했는데.

▶한국은 스웨덴의 주요 협력국이다. 스웨덴 기업 20곳 중 1곳이 이 곳(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스웨덴) 여야 의원 모두 첨단 기술 공급망 강화를 위해선 한국과의 협력 강화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만장일치로 한국을 택한 이유다. 한국과 스웨덴의 협력이 윈-윈(Win-Win)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윈-윈 구조라고 했는데 양국의 에너지 협력을 염두에 둔 것인가.

▶에너지도 주요 협력 분야다. 스웨덴은 향후 에너지 공급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의 훌륭한 원전 기술은 양국(한국·스웨덴) 협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의 원전 기술·산업은 우리(스웨덴)의 에너지 목표(100% 탈화석 연료)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산업 현대화와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한국은 없어선 안 되는 국가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와 통신, 제조업 등을 선도하는 국가다. 스웨덴의 관점에서 한국은 대단히 특별하다.

- 한국이 원전 수출국이란 점에서 양국의 에너지 협력이 기대된다.

▶한국은 우리의 '100% 탈화석 에너지' 구현을 위해 필요한 산업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추가 전력의 공급'으로 요약된다. 우리는 철강 공정에 사용되는 석탄을 수소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가 대량 필요하다. 원전 선진국인 한국을 찾은 이유다. 스웨덴에도 수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있다. 양국 협력이 '윈-윈'인 이유다. 한국도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스웨덴 기업들도 분명 한국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韓CFE 인증제 도입 기대"


사진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각) 머니S와 인터뷰하는 토비아스 앤더슨 스웨덴 국회의원(민주당·베스트라예탈란드주). /사진=김태욱 기자
- 한국은 정부 주도로 무탄소 에너지(CFE·Carbon Free energy)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이 기업에 부담되는 가운데 한국의 CFE가 국제 인증제로 안착할 경우 글로벌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동의한다. 실제로 스웨덴도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스웨덴 내각은 기존 '100% 재생에너지 달성'이란 목표를 '100% 무탄소 목표'로 전환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이처럼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동반자'다.

- 양국(한국·스웨덴) 협력이 원전을 중심으로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스웨덴 정부는 43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동의한다. 앞서 몇몇 스웨덴 정치인들은 원전 건설에 반대했다. 이들은 탈원전에 나섰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원전에 대한 수요가 없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정치권의 반대로) 원전을 건설할 정치적 공간이 부족했다. 지난해 출범한 스웨덴 내각도 친원전 정책 덕분에 출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韓한수원, 美웨스팅하우스… 글로벌 원전 시장 선도"


사진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4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부지에서 열린 신한울 1호기 준공 기념식에서 축사하는 모습. /사진=뉴스1
- 스웨덴의 SMR 건설 프로젝트가 흥미롭다.

▶SMR의 장점은 분명하다. 방대한 부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대표적인 장점이다. 물론 SMR의 상용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SMR의 수요는 크게 늘 것이다. 스웨덴은 SMR 외에도 기존 대형 원전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기간에 에너지 공급을 크게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이미 원전 발전소가 마련된 부지엔 SMR 대신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이미 한수원이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등과 같이 전 세계에는 훌륭한 원전 기업들이 있다.

- 스웨덴의 풍력·수력 발전 모델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만 풍력 발전이 고비용, 저효율 에너지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풍력과 수력은 스웨덴의 훌륭한 에너지원이다. 환경 파괴를 이유로 수력발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수력발전을 돌연 멈추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돌연 멈추는 것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웨덴의 에너지-믹스(Energy-mix)에서 풍력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방대한 영토와 더불어 낮은 인구밀도 덕분이다. 원전이 등장한 이후 스웨덴의 에너지-믹스는 크게 수력과 풍력, 원자력으로 구성돼 왔다. 우리는 대표적인 친원전 국가였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원전 관련 결정이 번복되는 아픔을 겪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스웨덴 국민 대다수가 현재 친원전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 최근 스웨덴 정부는 43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맞다. 반세기 만에 '원전 U턴'을 한 만큼 개정해야 할 법안도 많다. 우리(스웨덴) 국회는 이미 개정 절차에 착수해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 앞으로도 추가 개정을 통해 원전 건설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앨 것이다.

- 약 반세기 만에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원전 건설에 나선 것이 인상적이다.

▶산업계는 줄곧 '에너지 추가 공급'을 외쳐왔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풍력이나 태양광 패널을 대폭 늘릴 수 있지만 우리는 햇빛과 바람이 없는 추운 겨울을 고려해야 한다. 원전이 필요한 이유다.


"원전 유지·발전 중요"


스웨덴의 대표적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정치인 토비아스 앤더슨 스웨덴 국회의원(민주당·베스트라예탈란드주)은 "안전한 국가를 꿈꾼다"고 말했다. 사진은 스웨덴 국회 전경. /사진=로이터
-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의 훌륭한 원전 기술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스웨덴은 12개 원전 중 6개를 문 닫는 슬픔을 겪었다. 이 같은 아픔은 타이완에서도 찾을 수 있다. 타이완의 4번째 원전인 룽먼 원전은 지난 2016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에 나섰으나 공사 시작 이후 30년째 완공이 안된 상태로 남아있다. 한국·스웨덴 협력은 원전뿐 아니라 IT 분야에서도 강화될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직후 크래프톤 본사를 방문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스웨덴 기업 네온 자이언트를 인수한 바 있다. 한국은 특정 분야가 아닌 대다수 글로벌 산업을 이끌고 있다. 고속철도 전체 역사의 약 97%에 5G가 구축됐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이처럼 (한국은) 대단한 국가다.

- '정치인 앤더슨'이 궁금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 재선에 성공했다. 정치의 길로 접어든 배경이 무엇인가.

▶간혹 '스웨덴 버전의 케네디 가문' 출신일 것이란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목수인 아버지 밑에서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사실 정치를 시작할 당시 부모님의 정치 성향도 알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를 발전시키겠다'는 꿈이 나를 국회로 인도했다.

- '정치인 앤더슨'이 꿈꾸는 국가는 어떤 모습인가.

▶불신없는 사회다. 구체적으로는 '안전한 국가'를 꿈꾼다. 스웨덴은 치안 불안 문제를 겪고 있다. 서로를 신뢰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나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시골 마을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혼란스러웠다. 큰 세상을 보기 시작한 이후 '왜 스웨덴은 나의 작은 마을과 달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까'를 깊이 고민하곤 했다.
이후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정치를 시작한 이후 매일 되새기는 다짐이 있다. 바로 국가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순간 정치를 그만두자는 다짐이다.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어린 나이다. 다행히 아직은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욱 기자 taewook97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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