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문화 콘텐츠로 세상을 읽는 방법[박광규의 알쓸패잡]

기자 2023. 9. 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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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영향력이 문화적 시대정신의 중심이 돼 가고 있다. 자기표현과 정체성이 중요해진 세상에서 패션의 개념도 변화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사람들은 옷장 앞에 서면 단순히 옷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하려 한다. 옷은 단순히 실로 짠 직물이나 개성의 표현이라는 실용적 커버 역할을 넘어서 사회를 사로잡는 문화 콘텐츠 현상으로 상호 작용한다. 옷차림과 스타일은 단순히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역사적·경제적 맥락에서 형성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션은 사회적 변화와 경제적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체로 문화적인 표현이며, 동시에 콘텐츠로서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

패션이 문화적 서사를 적용한 스타일과 사회를 이해하는 독특한 렌즈를 제공하면서 패션 브랜드들의 캠페인·광고·협업은 종종 예술·음악·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와 결합돼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하고 소비자와의 연결을 형성한다. 유명인들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특정 스타일을 채택함으로써 그 스타일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술적 창작과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를 포함한 패션쇼, 패션 디자인, 디자인 과정 등은 문화적 차원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또한 패션 매거진, 패션 블로그,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문화적인 아이디어와 가치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매개체 역할도 활발하다.

전 세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들은 이러한 부분들을 잘 활용한다. 루이뷔통의 ‘레전더리 루이뷔통 트렁크전’, 구찌의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융합 전시 형태의 문화 콘텐츠로 향유함으로써 새로운 소통적 의미를 만들어 간다.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버추얼 뮤지엄의 온라인 전시, 메타버스 공간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해 새롭고 젊은 이미지를 부가하는 데 긍정적인 결과들을 창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역사와 정체성,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텐츠로서 문화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공헌에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패션은 미학을 넘어 소외된 지역사회를 위한 권한 부여의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국내에서는 유일한 세계 4대 패션위크에 작품을 선보인 디자이너 김보민이 주최하는 ‘블루 탬버린 소셜 임팩트 & 아트파티’에 다녀왔다.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마지막 소원이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는 것이었다고 해서 제작된 드레스, 보호 종료 아동(자립 준비 청년)들을 위한 옷 만들어 주기 기부금 모금과 손 내밀어 줄 어른이 돼 주기 프로젝트였다. ‘착한 일, 플렉스하며 즐겁게’라는 메시지답게 유명 모델들도 재능기부 수준으로 참여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동참했다.

시작은 미약할 수 있으나 보여주기식의 마케팅용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현실과 사회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인식 전환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패션을 통한 사회적 언어로 선한 영향력을 펼쳐서 다양한 교류와 융합이 촉진되기를 희망한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 문화적 표현의 통로이자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문화 콘텐츠 구조물을 입는 일이다. 이러한 패션의 다면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


■박광규는 누구?

이랜드그룹과 F&F에서 근무한 데 이어 EXR 중국의 임원을 거쳐 NEXO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산업에 30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 청년 인큐베이팅, 패션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Gerson Lehrman Group의 패션 부문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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