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카로 게임 아이템 '1억'…카카오 곳간지기 정직 3개월

지난달 17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열린 ‘무책임경영 규탄,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2차 행동. 크루들의 행진’집회를 마친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 전체 살림을 책임지는 CFO(재무그룹장)가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 규모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사내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는 법카의 '게임 결제'가 허용된 사용 항목이지만, 너무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는 판단 아래 징계를 결정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임윤리위원회의 징계공지 결정 및 징계심의 결과를 사내에 알렸다. 상임윤리위원회는 경영진 등을 포함해 다양한 직책과 직군, 연령대로 구성됐다.

공지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 핫라인 제보를 통해 재무그룹장을 맡고 있는 A부사장이 법인카드를 게임 아이템 결제 등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취업규칙, 윤리규정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카카오 윤리경영팀이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제보 내용 중 일부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는 A부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행위가 "항목에는 부합하나, 사용 규모가 적정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A부사장의 징계를 정직 3개월로 결정했다. 적정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 금액에 대해서는 환수키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인지한 즉시 관련 당사자를 업무배제 조치 후, 사내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면서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사용처나 한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수립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카카오 직원(크루)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한 직원은 "다른 크루들이 일해서 벌어온 회사의 이익을 '곳간지기'격인 재무그룹장이 개인 게임에 썼는데 이게 '법인카드 사용 항목'에 해당한다는 공지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법인카드는 사내 행사나 외부 접대비 등에 활용하라고 전결권을 준 것인데, 이런 식으로 쓰는 게 어떻게 카드 지급 목적에 부합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놀금, 회식비 등 직원들의 복지는 대폭 축소하는 분위기인데 정작 1억원이 넘는 돈을 게임에 쓴 사람은 경징계에 그친다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한 직원은 "김범수 창업자와 홍은택 CEO 등의 측근이라 솜밤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회삿돈을 멋대로 써서 확실히 징계를 받은 이상 배임·횡령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배임·횡령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사측에서 카드 사용 목적에 부합한다고 한 이상, 금액이 과다하다는 정도만으로는 배임·횡령 죄를 묻기 어려워 보인다"며 "카드결제 항목은 허용하고, 금액 상한선은 정하지 않은 일종의 '입법 미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다만 과다한 게임아이템 결제 등이 현금화 시도 등으로 이어지진 않았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 자체 징계 외에도 수사기관에 이 부분을 의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부사장은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CEO와 함께 카카오게임즈에서 지난해 2월 카카오로 넘어왔다. 2015년 카카오 재무기획실장을 시작으로 카카오커머스, 카카오게임즈 등을 거친 재무통으로 꼽힌다. 카카오에선 '미등기임원'이기에 연봉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