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영 좀 컸다?..스스로 밝힌 "현장에선 조정석처럼 회식은 이지아에게" [인터뷰②]
[OSEN=박소영 기자] 넉살 좋던 ‘오 나의 귀신님’, 다정하던 서브 아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강기영은 온데간데없다. 비릿한 매력의 ‘악’ 소리 나는 빌런 강기영만 안방에 남아 있을 뿐. tv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로 소름 돋는 존재감을 떨쳤던 배우 강기영의 이야기다.
3일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2’에서 강기영은 중국 카운터들을 죽이면서 갖게 된 강력한 염력을 소유한 3단계 악귀 필광으로 분했다. 뱀처럼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악성을 일깨우는 교활한 능력의 소유자. 수면 아래에서 모든 걸 악마처럼 조종하는 그는 인간들의 파멸을 지켜보는 것을 즐기는 악귀 끝판왕이었다.
진선규, 김히어라와 함께 시즌2에 새롭게 투입된 강기영은 1회부터 농염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압도하더니 매회 폭발적인 존재감으로 안방을 장악했다. 기존의 사람 좋은 웃음과 센스 넘치는 애드리브 연기 대신 미치도록 악한 빌런 연기로 다시 한번 배우 인생 스펙트럼을 넓혔다.
체중 10kg까지 감량하며 필광 캐릭터를 완성시킨 배우 강기영을 만났다.
-모처럼 웃음기 쫙 뺀 빌런 연기를 펼쳤어요.
현장에서 장난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캐릭터였죠. 초반부터 절대 악으로서 여유가 있었어야 했는데 제가 급하더라고요. 중반 이후로 템포를 늦춰보자 싶었어요. 유선동 감독님이 필광은 여유를 가져보자고 했거든요. 현장에선 다들 케미가 워낙 친하니까 컷 하는 순간부터 강기영으로 애드리브를 했지만요(웃음). 액션 하는 순간은 죽일 듯이 보다가 컷 하면 장난스럽게 하하. 카메라 밖에서까지 악인으로 대적하면 너무 힘들 것 같더라고요. 안 그래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는데. 성격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장난치면서 작품을 즐겼어요.
-빌런 연기 후유증도 있나요?
4개월간 닭가슴살 먹어야하는 ‘악에 받침’이 있었죠(웃음). 다른 거 먹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안 예민하고 싶었는데, 티를 안 내고 싶었는데 서러움이 북받쳐올랐죠. 그래서 측근들에게 미안했어요. 아내도 눈치를 많이 봤거든요. 그렇다고 제 일상에까지 갖고 와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내도 저한테 미안해하지만 맛있는 걸 먹던데요(웃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꼈죠. 쌀밥이 맛있다는 것, 가공육이 이렇게 맛있다는 걸. 코치님이 허락해주면 초콜릿을 먹었는데 겸손해지더라고요. 일상이 풍족한 것 같으면 다이어트를 해보시길. 지금은 식단 안 하는데 체질이 바뀌었나 봐요. 찌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10kg 정도 뺐다가 반 정도 회복한 상태예요. 4개월간 기력도 없고 힘들었는데 기록에 남으니까 뿌듯하네요.
-‘우영우’가 스펙트럼 문을 열어줬고 유선동 감독님이 멱살을 잡고 문을 넘게 해줬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에 감독님을 만날 때까지만 해도 고민이 컸어요. 내가 필광을 할 수 있겠나. 강기영의 재미난 연기를 많이 봤지만 재미난 연기로서 할 수 있는 센스는 다른 역할에서도 돋보일 수 있다고 감독님이 말해줬어요. ‘경이로운 소문2’를 결정한 계기였죠. 믿게 됐거든요. 현장 디렉션이 필광을 완성하는 전부였으니 감독님만 믿었죠. 케미가 잘 맞은 것 같았아요.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득만 됐죠. ‘우영우’를 통해서 남녀노소 시청자들에게 저를 알렸다면 유독 ‘경이로운 소문2’ 덕에 초등학생 팬들이 많이 알아보더라고요. 팬 영역을 넓혔죠 하하. 얼굴을 가렸는데도 필광 아니냐고 할 정도니까요. ‘우영우’ 배우들은 다들 바빠져서 연락을 자주 못했는데 너무 친하니까 쉽게 칭찬하지 않거든요. 이번에 주종혁이 ‘섹시’ 딱 두 글자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서로서로 응원해 주는 게 느껴져요. 저도 그렇고요. ‘우영우’는 엄청 소중한 작품이라 저한테도 의미가 크니까요.
-광고 서브 모델에서 주연 배우 자리에까지 올랐어요.
‘끝내주는 해결사’ 로맨스물을 지금 재밌게 촬영하고 있어요. 빌런 만큼 로맨스의 긴 호흡을 안 해 봤는데 다른 아이템 장착하는 만큼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경이로운 소문2’ 처음 촬영 때 감독님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시간을 써도 된다고 해주셨는데 저는 그동안 템포와 순발력 싸움의 재밌는 연기를 해서 여유가 없었거든요. ‘끝내주는 해결사’ 현장에선 로맨스로서의 여유가 없더라고요. 그윽하게 상대를 바라봐야 하는데 너무 짧게 보니까요. 내가 이 정도의 시간을 써도 된다 싶은 현장에서의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챙김을 당하는 입장이었다면 주연으로서 챙겨야 할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내 역할이 중요하구나 싶어요. 진지한 현장이지만 한두 마디 재밌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아서요. 모두가 고생하는 자리인데 이왕할 거면 재밌었으면 좋잖아요. 아이스브레이커 역할을 하는 게 좋더라고요. 조정석 배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현장에 가면 너무 즐겁거든요. 조정석 배우가 그렇게 끌어주니까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다만 회식은 이지아 배우에게 넘기고 있답니다(웃음).
-이번 작품이 강기영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현장 분위기 좋게 하려고 하는 걸 제3자 느낌으로 봤을 때 ‘여유가 생겼네? 장난도 치고? 강기영 좀 컸다’ 싶어요. 예능에 출연했을 때 긴장 때문에 호흡도 못하겠고 눈도 못 쳐다봤어요. 그런데 이번 ‘유퀴즈’ 나갔을 때 유재석 형님 덕에 편하게 했죠. 이런 여유가 오만의 길로 안 갔으면 좋겠네요. 겸손의 길로 가서 계속 나를 채찍질 해야죠. 여유가 생겼다고 까불면 크게 돌아오니까. 붕 떠보기도 하고 내려가 보기도 했으니까요. 이 업을 하는 이상 그것의 반복일 테니.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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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무엑터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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