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에 학살 이탈리아인 후손, 80년 만에 보상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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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나치 독일군에게 학살당한 이탈리아인의 후손들이 80년 만에 전쟁 범죄 보상을 받게 됐다.
이 보상은 1994년 나치의 전쟁 범죄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이후 피해자 후손들이 몇십년 동안 싸운 결과이며, 보상은 독일이 아니라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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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쟁 배상금 이미 지급…이탈리아 정부가 보상
1943년 나치 독일군에게 학살당한 이탈리아인의 후손들이 80년 만에 전쟁 범죄 보상을 받게 됐다. 이 보상은 1994년 나치의 전쟁 범죄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이후 피해자 후손들이 몇십년 동안 싸운 결과이며, 보상은 독일이 아니라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받게 된다.
1943년 10월 이탈리아 남부 포르넬리에서 독일군 병사 살해 혐의로 처형당한 이탈리아인 6명 중 한명인 도메니코 란첼로타(당시 52)의 증손자 마우로 페트라르카가 13만유로(약 1억850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당시 처형된 이들의 가족 대부분은 현재 살아있지 않으며, 이탈리아 법에 따라 피해 보상금은 후손들에게 전달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페트라르카는 “우리는 지금도 매년 그날을 기억한다. 그날은 잊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돈이 아니다. 전쟁 범죄에 대한 정의 구현과 자존심의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나치 독일은 1943년 9월 동맹국이던 이탈리아가 연합국과 휴전 협정을 맺자 이탈리아 본토를 침공했고, 포르넬리 학살은 이로부터 한달 뒤 발생했다. 나치는 이탈리아인 6명이 식량을 구하려던 자국 군인을 살해했다며 교수형에 처했다. 나치는 이들을 처형하면서 주변에서 전축을 빼앗아와 음악을 틀기까지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7년 만인 1962년 독일 정부는 나치가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국민에게 끼친 피해 보상 차원에서 4천만 마르크(현재 가치로 약 10억유로)를 지급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자금 등으로 피해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했으나, 전쟁 범죄 피해 보상금은 지급한 바 없다.
이번에 보상을 받게 된 학살 사건 등은 1994년 이탈리아 군검찰에서 과거의 전쟁 범죄를 기록한 문서가 발견되면서 새롭게 부각됐다. 피해자 후손 등의 소송이 이어졌으나, 독일 정부는 1962년 합의를 내세우며 보상 요구를 거부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2년 독일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며 독일 손을 들어줬다.
포르넬리 학살 관계자들은 2015년 이탈리아 정부와 독일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역시 패소했다. 페트라르카는 “이탈리아 정부가 소송에서 독일 편을 드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은 (전쟁 시절의) 동맹 같아 보였다”고 비판했다.
관련 소송이 계속 이어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4월 6100만유로의 피해 보상 기금을 마련하는 한편 올해 6월28일까지만 피해 보상을 위한 새로운 법률적 대응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신청 건수는 모두 1228건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신청 접수 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포르넬리 학살 사건 피해자들은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보상금을 받게 됐다.
이탈리아 내 유대인들은 지금이라도 독일이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탈리아 유대인 공동체 연합(UCEI)의 줄리오 디세니 부대표는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아주 고통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2016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게 학살된 이탈리아인은 유대인 8천명을 포함한 2만2천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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