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시점’ 갑론을박…이재명의 ‘무기한 단식’ 딜레마
“개딸만 감동, 국민들은 또 꼼수 쓴다며 돌아설 수도”…총선에 악재?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무기한 단식'을 5일째 이어가고 있다. '일본 오염수 방류' 등 정치 현안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겠다는 게 단식의 핵심 이유다. 친이재명계도 이 대표 단식을 응원하며 힘을 싣는 모양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는 이 대표의 단식 종료 시점이 야권의 숙제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너무 빠르게 단식을 종료해도, 너무 길게 단식을 이어가도 야권의 총선 전략에 '독'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당내서도 일침…"기약 없는 단식이 능사 아냐"
이 대표는 지난 8월31일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대정부 단식'을 선언했다. 정부가 ▲일본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현안을 놓고 무능하게 대처하고 민생을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낼 마지막 수단이 단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단식의 종료 시점은 불명확하다. 이 대표가 내건 단식 종료 조건인 윤 대통령의 '사과'와 '일본 오염수 반대 입장 천명'은 현실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면적 국정 쇄신 촉구'라는 조건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해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국해법 자체가 단식조건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국회에 대한 입법권 보장 등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서 (이 대표가) 강조해 왔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단식이 위기에 처한 이 대표의 탈출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단식을 통해 본인을 둘러싼 당내 사퇴여론과 체포동의안 가결 분위기를 잠재울 것이란 추측에서다. 비명(비이재명)계 민주당 재선 의원은 시사저널에 "이 대표의 차기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식으로 동정 여론을 일으킨다면 친명계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사퇴론'을 내뱉거나 영장심사를 받고 오라고 할 수 있겠나. 이 대표의 정치적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방탄 단식'을 선택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실제 이 대표는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일정 등을 이유로 거부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된다면 검찰의 소환이나 영장 청구에 부담이 더해질 가능성도 커진다. 검찰 수사도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이 오히려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은 냉정한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7%를 기록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무조건 정부에 반발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어 중도층을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코인 논란' 김남국 의원 제명안마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여야 각 3명 구성)에서 부결시키면서 다시금 '방탄 프레임'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단식마저 '방탄' 프레임으로 갈 경우 국민들의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기약 없는 '무기한' 단식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라며 "단식의 목적이 분명하고 실현 가능하면 (당에) 플러스지만, 지금처럼 불명확한 가운데 누가 봐도 본인의 당내 입지 문제와 사법리스크를 타개하려는 속내가 보인다면 국민들은 '또 이 대표가 꼼수를 쓰고 있다'며 등을 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내 강성지지층에게만 동정을 얻을 뿐,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총선에서 외면 받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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