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임옥상 작품 잇단 철거... 작가와 작품은 별개인가,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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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가와 작품을 따로 떼어 놓고 평가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이미 시립 시설에 설치된 임씨 작품 6점을 전부 철거하기로 했다.
성추문에 연루된 예술 작가의 작품 철거는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서울예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도 국립경주박물관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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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취지 어긋나" "존치 2차가해"
"작가와 작품은 따로 봐야" 반대 의견도
예술 작가와 작품을 따로 떼어 놓고 평가할 수 있을까.
성폭력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민중미술가 임옥상(73)씨 사건을 놓고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임씨는 본인의 미술연구소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논점은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비위 행위를 한 공인의 생산물을 공공시설에서 대중이 향유하게 하는 게 맞느냐에 모아진다. 당연히 철거해야 한다는 비판론이 있는 반면, 작품은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의 작품을 설치한 관리 주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작품도 작가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태일재단은 임씨가 제작한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 반신상의 존치 여부를 두고 최근 4차례 회의를 열었다. 2005년 임씨가 만들어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 위에 설치한 이 동상은 전태일 정신을 구현한 작품으로 꼽히지만, 작가의 성범죄로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회의에선 철거 찬성 및 교체 의견이 다수였다. "잘못에 관한 작가의 책임에서 작품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한석호 재단 사무총장은 "'동상을 두면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 것' '존치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미 시립 시설에 설치된 임씨 작품 6점을 전부 철거하기로 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하는 건 공공미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서울 시민 3분의 2가량이 철거를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문에 연루된 예술 작가의 작품 철거는 처음이 아니다. 1994년 후배 시인을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고은 시인의 경우 경남 창원 국립 3·15 민주묘지에 설치된 작품 '김용필'과 경북 포항시청 청사 내 벽면에 장식된 시 '등대지기'가 철거됐다. 2018년 서울예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도 국립경주박물관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철거됐다.
"작품에 담긴 의미 존중해야"... 존치 주장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면 철거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한다. 임씨의 작품에 노동권, 인권보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메시지가 투영돼 있는 만큼, 작품 자체로서 존재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시가 철거를 결정한 작품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는 서울 중구 '기억의 터' 조형물 2점과 관련해선 조성 모금에 참여했던 시민 100명이 철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1일 낸 입장문에서 "임씨의 과오 때문에 할머니 그림과 이름, 아픈 증언까지 깨부숴야 하느냐"며 "역사는 지키고 개인의 잘못은 따로 따지고 싶다"고 밝혔다. 2만 명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기억의 터에는 임씨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이 설치돼 있다. 특히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증언록'에서 발췌한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과 명단,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끌려가는 소녀'도 새겨져 있다.
전태일재단 안에서도 일부는 철거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단은 '공론화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존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노동계, 문화계 등 인사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4일 첫 회의를 연다. 한 총장은 "철거나 존치로 우려되는 지점을 충분히 토론한 후 사회적으로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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