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이끌 우크라 새 국방수장, 41세 타타르 크림칸국 후예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유대계 젤렌스키 대통령과 조합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신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루스템 우메로우(41) 국유자산기금 대표는 대(對)러시아 저항운동에 앞장서 온 소수민족인 크림 타타르인 출신의 젊은 정치인이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메로우는 엔지니어인 부모 아래 1982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났다.
우메로우의 가족은 옛 소련 시절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했다. 그와 가족들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크림 타타르인의 귀환이 허용된 뒤 크림반도로 돌아왔다.
우메로우는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고교 시절 미국에서 1년을 보냈으며 우크라이나 국립경영아카데미에서 경제학과 금융 전공으로 학·석사 학위를 땄고, 국립공과대에서 컴퓨터 과학과 정보기술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통신 분야 기업을 설립해 사업가로 활동하던 그는 크림 타타르인 인권 운동의 대부로 여겨지는 정치인 무스타파 제밀레프(79)의 고문으로 수년간 일했으며 2019년 우크라이나 야당인 홀로스당 소속으로 단원제 의회(라다)의 의원인 국민대표로 선출됐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면전이 시작된 뒤에는 고위급 수감자 맞교환과 민간인 대피 등과 관련해 러시아 측과의 물밑 대화에 관여했다.
특히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선 대표단의 일원이었으며 흑해 곡물협정 관련 회담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유자산 민영화를 감독하는 기관인 국유자산기금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우크라이나는 만연한 부패로 민영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유자산기금 역시 일련의 부패 스캔들을 겪었는데 우메로우는 이러한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렉시 레즈니코우(57)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우메로우를 지명한다고 밝히면서 "그는 추가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라며 의회의 인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메로우의 국방장관 지명은 그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저항운동을 하는 소수민족인 크림 타타르인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크림 타타르인은 크림반도의 원주민 격인 우크라이나 소수민족으로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이다.
이들은 13세기 전후부터 크림반도에 정착한 튀르크계 민족으로 15∼18세기 우크라이나 남부와 크림반도 일대를 지배한 크림칸국의 후예들이다.
한때 크림반도 인구 대부분이 크림 타타르인이었으나 18세기 후반 러시아 제국에 크림칸국이 멸망한 뒤 러시아와 옛 소련 치하에서 추방과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등 탄압을 받으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옛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크림 타타르인은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된 1980년대 후반에서야 크림반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현재는 크림반도 주민 200만명 가운데 약 12∼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크림 타타르인들은 러시아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어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대대적인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관련 주민투표도 보이콧했다.
크림 타타르인의 자치·독립을 주장하며 1991년 설립된 단체 '메즐리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테러국가로, 그 정치·군사 지도자는 국제범죄자로 인정하라"며 비난 성명을 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메즐리스를 크림 타타르인을 대표하는 기구로 인정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2016년 이 단체를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불법화하고 소속 활동가와 정치인을 체포하는 등 탄압하고 있다.
크림 타타르인의 근거지인 크림반도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략적·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메로우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데에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크림 타타르인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부 외신들은 유대계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무슬림 크림 타타르인 출신의 우메로우를 전시에 가장 중요한 직책 중 하나인 국방장관에 지명한 사실에 주목했다.
알아라비아는 우메로우가 의회의 인준을 받아 정식 임명되면 우크라이나에서 무슬림이자 크림 타타르인이 장관직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된다고 보도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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