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재개될 수 있을까…'푸틴의 입' 주목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세계 식량줄인 우크라이나 곡물이 다시 흑해를 통한 수출길에 오를 수 있을지 운명의 한주를 맞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가질 정상회담에서는 흑해곡물협정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벌이면서 흑해 수출길을 틀어쥐었던 러시아가 지난 7월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한 달 반 만이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엔은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면서 물밑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에 공습을 퍼붓는 등 거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회담장 등판…다시 중재자로 나선 에르도안
지난해 흑해곡물협정을 중재한 튀르키예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흑해곡물협정을 의제로 올리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임 외교 고문은 3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에서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곡물 통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세계의 강력한 지지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고문은 이어 흑해곡물협정이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것이라며 "우리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것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성공을 거두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 성사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와 국제사회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해온 행보가 다시 주목받게 된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흑해곡물협정이 처음 타결됐을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을 포함한 4자 협상을 포함해 자신의 중재자 역할을 전면에 부각했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유엔 숨가쁜 물밑 작업…젤렌스키는 마크롱과 통화
튀르키예와 함께 흑해곡물협정을 중재한 유엔도 소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정의 불씨를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은 2일 유엔이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위해 러시아 은행과 자산에 가해진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의 유럽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 시스템에 포함하고 유럽 내 러시아 비료 회사들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엔이 새로운 제안 패키지를 준비했으며 이는 협정을 되살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엔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새로운 제안 안을 튀르키예와 협력해 마련,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을 통해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재개를 고대해온 우크라이나도 외교 행보에 나섰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서방과 밀착을 이어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 미디어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곡물 (수출) 항로의 작동을 보장하고 남부 오데사 지역의 안전을 강화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흑해 막히자 식량가격 급등…푸틴 태도 바뀔지 미지수
소치에서 흑해곡물협정이 재개될 단초가 마련된다면 세계 식량시장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곡창지대였다.
러시아 침공 전인 2021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보리 3위, 옥수수 4위, 밀 5위 수출국이었다. 수출 곡물의 95%가 오데사항 등 흑해 연안 항구를 거쳤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으로 흉작이 이어졌고 흑해곡물협정 종료되고 오데사를 포함한 흑해 항구가 러시아 공습을 받으면서 곡물 수출량이 줄었다.
이에 곡물 가격이 치솟았고 가뜩이나 기근에 시달리던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세계인의 식탁 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한 데 따르면 소비자 식품 가격은 2020년 초에 비해 유럽에서 약 30%, 미국에서 23% 상승했다.
국제사회가 흑해곡물협정이 재개되기를 희망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담판에 성공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러시아는 정상회담 하루 전인 3일 자폭 드론 20여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일대를 공격했다.
오데사에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외부로 실어 나르기 위한 대체 수송로로 쓰이는 다뉴브강의 주요 항만이 있다.
또 러시아는 곡물협정과 관련한 유엔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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