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게임노트] 김하성이 韓 최초 30도루 한 날… 김하성과 팀의 격한 몸짓, 1% 확률에도 기적을 꿈꾼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는 팬들을 위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집계한다. 팀의 순위와 경기차, 그리고 팀의 득실차를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다. 올 시즌 시작까지만 해도 LA 다저스의 ‘천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 같았던 샌디에이고는 그 확률이 초라하게 꺼지고 있었다.
9월 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경기에서 2-7로 지면서, 샌디에이고의 산술적인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은 드디어 0%가 됐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0.5%까지 떨어졌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인 LA 다저스와 경기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고, 그 위에도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가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3장이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레이스 또한 긍정적이지 않았다. 3위와 7~8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우완 에이스인 다르빗슈 유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자 샌디에이고는 절망적인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후 조금씩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단어인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2일 샌프란시스코와 경기에서 7-3으로 이기며 연패를 끊었다. 그리고 3일에도 6-1로 이겼다.
4일 경기는 더 중요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샌디에이고보다 앞서 있는 팀이다. 4연전을 2승2패로 마치면 경기차는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그러나 3승1패면 1경기를 줄일 수 있었다. 이날, 김하성(28)의 출루와 발이 빛났다. 활발하게 출루하고, 활발하게 한 베이스를 더 가며 잠자던 샌디에이고의 공격 본능을 깨웠다. 그렇게 또 4-0으로 이겼다. 마지막 희망을 향해 달려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김하성은 4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경기에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2도루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시즌 타율은 종전 0.274에서 0.275로,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는 0.794를 유지했다.
1회 시작부터 안타를 치고 나갔다. 상대 선발 알렉스 콥의 낮은 쪽 투구에 고전하며 2S에 몰린 김하성은 4구째 싱커가 가운데 몰리자 이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욕심 내지 않는 김하성 특유의 스윙이 빛을 발했다. 그 다음은 한국인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쓴 장면이 나왔다. 타티스 주니어의 타석 때 2루를 훔치며 시즌 30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역사상 3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김하성이 유일하다.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시절 기록한 22개였는데, 이미 이를 뛰어 넘은 김하성이 내친 김에 30개 고지까지 넘어선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가 땅볼에 그쳤으나 소토가 분위기를 반전 시키는 투런포를 쳐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마차도의 안타와 보가츠의 적시 2루타가 나오며 1점을 추가했다. 샌디에이고가 자랑하는 스타 선수들의 힘이 빛났다.
2회 바깥쪽 공에 주심의 손이 올라가며 다소 억울하게 삼진으로 물러난 김하성은 3회 마차도의 솔로포 때 동료들과 환호했다. 이어 4회에는 2사 후 다시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타티스 주니어 타석 때 또 2루를 훔치며 시즌 31호 도루를 기록했다. 한 번 발동이 걸린 김하성의 발은 멈춤이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선발 루고가 6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마르티네스부터 헤이더까지 이어진 불펜의 릴레이도 완벽했다. 타선은 역시 스타 선수들이 힘을 내야 불이 붙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소토의 1회 홈런이 결정적이었고, 마차도는 홈런 포함 3안타를 때렸다. 보가츠도 적시타 포함 4안타를 치며 감을 살렸다. 선수들의 세리머니도 더 커졌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라인이다. 이날 기분 전환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팬그래프’가 집계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3연승 전에는 0.5%였다. 그런데 3연승 뒤 1.8%까지 올랐다. 여전히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7위. 공동 3위권까지의 경기차는 5.5경기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이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몸짓을 팬들 앞에서 선보였다.
이제 운명의 9연전이 기다린다. 샌디에이고는 5일부터 7일까지 필라델피아와 홈 3연전을 치른다. 필라델피아는 현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 1위 팀이다. 강호다. 하루를 쉰 뒤 8일부터 11일까지는 휴스턴 원정 3연전이 기다린다. 역시 강호다. 12일부터 14일까지 홈에서 맞부딪히는 LA 다저스는 말할 것도 없다. 5할 승률 이상의 팀과 9연전이다. 여기서 최소 6승 이상은 거둬야 그 다음 희망이 보인다.
그 다음부터는 대진이 순탄한 편인 까닭이다. 16일부터 18일까지는 오클랜드, 19일부터 21일까지는 콜로라도와 대결한다. 23일부터 25일까지 맞붙는 세인트루이스까지 9연전 모두 5할보다 한참 아래의 팀들과 경기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3연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3연전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9연전을 잘 넘기면, 마지막 기회가 올 수도 있는 대진이다. 김하성과 샌디에이고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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