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일성, 홍범도는 공산주의자 아니다"…2년 뒤 '국가 정체성' 혼선 주는 인물

허주열 2023. 9. 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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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념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홍 장군에 대한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주적인 북한을 만든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이 "홍범도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는데, 최근 "홍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두는 게 우리 국군의 정체성을 흔들고 육사생도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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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정부 주도 이념 논쟁 확산에 말 바꾸기
김일성이 '비공산주의자'라 규정한 홍범도, 공산주의자 몰이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8월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한국에서 일부 사람들이 홍범도 장군의 공과를 가리면서 그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경력이 있으므로 좌익계 독립운동가라고 하지만 김일성은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태 의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념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홍 장군에 대한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주적인 북한을 만든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이 "홍범도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는데, 최근 "홍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두는 게 우리 국군의 정체성을 흔들고 육사생도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태 의원은 2021년 8월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북한은 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고향인 평양으로 모셔가지 못했을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국에서 일부 사람들이 홍 장군의 공과를 가리면서 그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경력이 있으므로 좌익계 독립운동가라고 하지만 김일성은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태 의원은 "김일성은 자신의 항일 업적만을 내세우기 위해서 홍 장군의 독립을 위한 항일무장투쟁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홍 장군을 소비에트 정권 수립에 일조한 독립군 지휘관처럼 공적을 깎아내렸다"고 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뒤늦게 홍 장군 유해를 고향인 평양에 봉환하는 것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선 "홍 장군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유해가 봉환된다면 한반도의 합법적인 주체는 대한민국이 되는 것은 물론 해외 동포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8월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현재 국방부와 육사에 있는 독립운동가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만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본다"며 "사회주의자였던 그를 일본군과 싸운 공로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 국군의 뿌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하지만 태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고, 국방부와 육사가 홍 장군 흉상을 철거·이전하는 것을 추진하자 말을 바꿨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홍범도 장군 흉상 무조건 이전해야 하는 이유 알려드릴게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현재 국방부와 육사에 있는 독립운동가 흉상 중 홍 장군 흉상만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본다"며 "사회주의자였던 그를 일본군과 싸운 공로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 국군의 뿌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우리 군 지휘관을 키우는 교육기관에 홍범도 흉상을 세워놓고 생도들이 경의를 표하게 하는 거 자체가 국군의 정체성을 흔들고 생도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며 "홍범도의 행적을 보면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고 소련군에 복무했는데,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미국·중국 등에서 나라가 독립될 때까지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으나, 그는 생애 말기에 특히 일본과 한창 싸움이 격렬하던 30~40년대에 독립운동을 포기하고 소련 영토였던 카자흐스탄에서 조용히 생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족이 모두 독립운동을 하다가 죽고, 본인도 평생을 독립운동에 매진하다가 70세 노인이던 시설 소련 정부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홍 장군을 '말년에 독립운동을 포기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제강점기 연해주와 만주 일대에서 독립군 지휘관으로 활약하던 홍 장군은 70세였던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다. 이후 카자흐스탄의 한인 극장에서 경비원으로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가 광복 2년 전인 1943년 숨을 거두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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