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췌장 물혹이 발견됐다면…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3. 9. 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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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혹이 악성은 아니지만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

(시사저널=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검진을 받고 알게 되는 반갑지 않은 소견 중 하나가 췌장의 물혹이다. 보통 췌장암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췌장에 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췌장의 물혹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해당 병변을 가볍게 보아 주기적인 추적검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복부 CT나 복부 초음파를 통해 발견되는 췌장의 물혹은 무증상 물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췌장의 물혹(낭종)성 병변으로 진단된 사람은 5만 명이 넘는다. 

췌장의 물혹은 비종양성·종양성·고형 종양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병변들은 암이 될 가능성이 없는 단순 낭종과 암이 될 가능성이 있는 낭성 종양으로 나뉜다. 췌장 물혹은 대표적으로 가성낭종, 장액성 낭성 종양, 점액성 낭성 종양, 췌관내 유두상 점액 종양 등이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 모습 ⓒ시사저널 사진자료

병변 진행에 대한 사전 예방적 조치 필요

가성낭종은 급성 췌장염 3~4주 후 형성되는 췌장 주위의 낭종으로, 급성 또는 만성 췌장염 병력과 연관성이 있다. 가성낭종이 작은 경우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가성낭종이 큰 경우나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통증·췌관의 폐색)에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나쁜 경우는 별로 없고 기저 원인이 되는 췌장염이 잘 관리되면 예후가 좋다. 그러나 감염이나 가성낭종이 파열되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조치가 필요하다. 

장액성 낭성 종양은 내부가 투명한 장액성 액체로 채워진 양성 낭종이다. 영상 검사상 수많은 작은 낭종이 있어 벌집 모양으로 보인다. 여성에게 흔하고 주로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장액성 낭성 종양은 거의 양성 소견이라고 보면 되고, 암이 될 위험은 1% 미만으로 매우 낮다. 크기가 너무 크거나 병변 위치 때문에 증상이 생기지 않는 한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점액성 낭성 종양에는 끈적한 점액성 액체가 들어있다. 주로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서 발견되고 여성에게 흔하다. 이 병변은 암이 될 수 있다. 위험도는 다양한데 보통 10~17%에서 악성 위험이 있고, 낭종이 크거나 결절 소견이 있는 경우 악성도를 최대 30%까지도 본다. 

췌관내 유두상 점액 종양은 대표적인 췌장의 전암성 병변으로 췌관 내에 생긴다. 췌장에서 보이는 낭성 종양의 40~50%를 차지한다. 주췌관형, 분지췌관형 또는 혼합형으로 분류될 수 있고 악성화 위험도는 다양하다. 주췌관형은 악성 위험도가 38~68%에 달해 수술로 제거할 필요가 있다. 분지췌관형이나 혼합형은 악성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주기적인 진료 및 영상 검사를 통한 추적 확인이 필수적이다. 고위험 소견을 가진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가 필요하다.  

췌장 물혹이 있으면서 이로 인한 황달 혹은 급성 췌장염이 생기거나, 혈중 CA19-9라는 종양표지자가 두드러지게 상승하거나, 물혹 안쪽에 벽이 자라나거나 고형 부분이 있는 경우, 주췌관이 5mm 넘게 확장되거나, 주췌관형 췌관내 유두상 점액 종양이거나 췌관 폐쇄가 의심되는 경우, 물혹 크기가 3cm 이상인 경우, 세포진 검사상 고등급 이형성이거나 암으로 확인된 경우는 모두 고위험 소견이므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췌장의 물혹과 관련된 위험 요소로는 60세 이상의 고령, 여성, 췌장염 병력, 가족력, 본-히펠 린다우 증후군 같은 유전질환,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이 있다. 췌장의 물혹이 우연히 발견되면 놀랄 수 있지만 모든 물혹이 악성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관리와 병변의 진행에 대한 예방적 조치를 통해 잠재적인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만약 췌장에서 물혹이 발견되었다면 반드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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