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4대 은행, 러 자금융통 창구 역할… ‘위안화 영향력 확대’ 노려

서방 제재에도 대출·보증 늘려
3월까지 위험노출액 97억달러

중국은행들이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이후 러시아에 대한 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위안화 결제를 늘려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와 함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14개월 동안 러시아 금융부문에 대한 중국의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가 4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러시아를 떠난 서방 은행을 대신해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의 자금 융통 창구가 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4대 국영상업은행이 러시아 자산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한 규모는 지난해 2월 22억 달러(약 2조9075억 원)에서 올해 3월 97억 달러로 4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중국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이 차지하는 익스포저만 88억 달러에 달했다.

이와 관련, FT는 러시아가 달러와 유로화 대신 위안화를 준비통화로 채택하면서 중국은행들이 러시아 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예프 경제대의 안드리 오노프린코 교수는 FT에 “중국은행의 러시아 대출은 대부분 위안화가 달러와 유로를 대신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와 중국 간 위안화 거래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규모가 185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러시아 무역대금 중 위안화 결제 비율은 16%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위안화 결제가 사실상 전무(1% 미만) 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 무역대금 중 달러 결제 비중은 60% 이상에서 50%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은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세계 금융거래에서 위안화 사용 폭을 넓히려 애써왔다. 경제 원조 등을 확대하며 아프리카, 남미로 위안화 결제 국가를 늘린 데 이어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