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광물 틀어쥔 中, 수출통제회의 첫 개최…美 겨냥한 듯
관영지, 美 겨냥한 '보복수단' 규정…美상무장관 "언제든 채찍 들 것" 맞불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최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으로 '무역 관계 안정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지만, 서로를 겨눈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의 칼끝은 거두지 않고 있다.
4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상무부는 1∼2일 허베이성 슝안신구에서 왕서우원 상무부 당 위원회(당조) 부서기 겸 부부장(국제무역 담판 대표)과 중국 내 지역별 관련 부문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전국 수출 통제 업무 회의'를 열었다.
중국 상무부는 "회의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수출 통제 업무를 총결하고 다음 단계의 핵심 업무를 안배했다"며 "각 지역이 준엄하고 복잡한 국제·국내 형세를 충분히 인식해 총체적인 국가 안보관을 견지하고, 발전과 안보를 총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의에서는 각 지역이 목표지향성과 문제지향성을 강화하고 업무 사고방식을 혁신해 현대화된 국가 수출 통제 체계 완비를 가속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중국의 수출 통제 체계 개선은 서방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남용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수출 통제 조치가 미국을 겨냥한 '보복 카드'라는 설명을 내놨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수년에 걸쳐 미국 정부는 중국을 첨단 반도체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가장 광범위한 수출 제한 조치들을 도입했고,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은 중국의 기술기업들을 집요하게 탄압하는 도구가 돼왔다"며 이런 조건을 '준엄하고 복잡한 형세'와 연결 지었다.
이어 "이번 회의는 경제 안보를 지키려는 중국의 결심을 보여줬으며, 특히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거나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하려는 국가들은 이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일부 국가가 중국을 겨냥한 일방적 제재 남용을 계속할 경우 보복할 상당한 수단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도 중국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이어갔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지난달 27∼30일 중국 방문 성과를 설명하면서 "그들(중국)은 우리가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상무부의 경우 수출 통제·투자 규제, 관세 등이 그것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채찍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달 종료하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의 일부 예외 유예 여부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생산시설을 중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됐고,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에 대해서는 개별적 심사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미국에 제재 해제를 요구해온 중국은 올해 7월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희귀광물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이는 지난달 정식 발효됐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 90% 안팎을 점유하는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들을 당국의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계 반도체 생산·공급망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은 미중의 이런 대치 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일단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해 1년 동안 건별 허가를 받지 않도록 한 상태로, 유예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이 문제를 협의해왔다.
중국은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간 협의에서 희귀 광물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니고 '수출 제한' 조치이므로 "절차에 맞게 한국 기업이 허가 신청을 하면 (수출) 허용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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