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징계 각오하고 거리로…“동료 죽음이 벌보다 두렵다”
“교육부 엄단 발표가 교사들 마음에 불 질러”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인 4일 교육부가 형사고발까지 언급하며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제동을 걸었지만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교사들의 참여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보내는 교사들은 “징계나 고발보다 변하지 않을 교실이 더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49재 추모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사들은 학교에 연가나 병가 등을 내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지 않는 공교육 멈춤의 날을 예고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운영진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 주도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엔 주최 쪽 추산 30만명이 모여 숨진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하는 ㄱ초등학교 교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반 아이들(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 비우는 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길게 봤을 때 (학교에 나가는 것은) 교사를 위한 게 아니다”라며 “교육이 가능한 학교와 교실을 만들기 위한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들이 그걸 알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면서 교사들은 비통해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과 전북 군산에서 초등학교 교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3일에도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6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교사는 “오늘은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날이니까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해드리고 싶다”며 “어제(3일) 또 한 분(의 사망) 소식도 들려 너무 비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교에 출근했지만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한 동료 교사들을 지지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동안 집회에 참여했지만 이날은 학교에 출근한 장아무개 초등학교 교사(43)는 한겨레에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에도 많은 선생님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주로 20~30대 젊은 교사들의 참여가 높다”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하거나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게 무섭나’, ‘(교육부의) 징계를 받는 게 무섭나’ 라고 했을 때 교사들은 벌을 받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며 교사들의 마음을 전했다.
전국 초등학교 30곳(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이 이날 재량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교육부는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위해 연가나 병가를 쓰면 중징계와 형사고발 등으로 엄단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에 반발해 교사들의 참여 열기는 오히려 더 확산하는 모양새다. ㄱ 교사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2년 차 막내 교사가 ‘존경하는 선배님께’라는 제목으로 보낸 편지에서 ‘자기도 너무 징계가 무섭다. 그렇지만 앞으로 변하지 않을 교육 환경이 더 무섭고 교사가 교실에서 죽어도 조용히 잘 굴러가는 학교가 훨씬 더 무섭고 끔찍하다. 제발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장 교사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 등이 엄단 입장을 발표했을 때 교사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교사들의 마음이 돌아섰다”며 “학교마다 교장이 병가를 쓰는 이유 등을 물으며 공교육 멈춤의 날 불참을 압박해 갈등이 많았다. 재량휴업일로 지정했어야 한다”고 했다.
9.4 추모집회 운영팀에서 활동하는 ㄴ초등학교 교사도 에스비에스(SBS)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7주 동안 교사들이 끊임없이 주장해 왔기 때문에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충분했는데도 이런 의견 없이 징계 처분 가능성만 의논하는 (교육부의) 압박에 실소가 난다”며 “저희가 두려운 것은 당장 있을 징계보다 저희가 만나게 될 또 다른 교사의 죽음”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재량휴업을 최종 결정한 정용주 서울천왕초등학교장은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교육부 징계가) 솔직히 많이 염려된다. 두렵다”면서도 “교사를 지도·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했다. 재량휴업일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 선생님 몇 명이 등교할지 모르는 학교에 아이들만 등교하게 하고 변형된 파행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흐름도 있다.
ㄱ교사는 “아무 얘기 안 했는데 벌써 체험학습 신청서(를) 한 분이 줬다”며 “정말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공교육 멈춤을 지지합니다’해서 하트 메모지에 (써서 보내줘) 너무 감사하고 함께하고 싶다고 이렇게 써줬다”고 전했다.
장아무개 교사도 “우리 반 학생들도 오늘 6~7명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아이를 보낸 부모님들도 ‘보내서 죄송해요’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셨다”며 “결국 악성 민원을 넣는 한두명의 부모 때문에 교사와 나머지 학생들이 피해 보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지지를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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