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념논쟁'에 윤 지지율 하락…국힘, 스탠스 '난감'

정성원 기자 2023. 9. 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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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흉상 논란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지도부, 이념 논쟁 소극적…이철규는 지원사격
총선 민심 고려 이념 공세 수위·대상 선택 고심
발언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9.0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여권이 최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념 공세'에 화력을 쏟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난감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념 전쟁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이념 전쟁에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소극적인 지원 양상만 계속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으로선 이념보다 경제 등 민생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과 중도층 유권자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이념논쟁이 달갑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이념논쟁에 선봉에 선 상황이라 지원사격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다.

4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지펴진 '이념 논쟁'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육사와 국방부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었다. 원내에서는 군인 출신 신원식 의원과 북한 외교관을 지낸 태영호 의원 등만 흉상 이전을 언급했다.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흉상 이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전날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 이후인 1921년 9월에 남긴 '우리 고려 노동 군중에게'라는 문건과 소련 내 카자흐스탄공화국 재소고려인신문 '레닌기치'가 1943년에 실은 부고장을 근거로 들며 홍 장군을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이 사무총장 개인 입장"이라며 거리를 뒀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흉상 이전에 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내지 않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오는 10월 국군의 날을 앞두고 집권여당이 이념 공세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주장이 여럿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 핵심이자 당 살림과 선거 실무를 총괄하는 이 사무총장의 주장을 사견이라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념 공세에 소극적인 지도부 대신 이 사무총장이 주도해서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과의 대결'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홍범도 장군이 독립운동가라 눈치를 보는 사람이 당에 많아 이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개인 의견은 아닌 것 같다. 다수 의견이 모인 것이라 봐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방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을 포함한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흉상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2023.08.28. okdol99@newsis.com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관련 대응을 두고 당 지도부에서 이견이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9월1일까지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5명에게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35.4%가 '잘함', 61.1%가 '잘못함'이라고 답했다. 긍정평가는 2.0%포인트 반등했던 직전 조사(37.6%)보다 2.2%포인트 떨어진 반면 부정평가는 1.7%포인트 올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이슈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며 "홍범도 장군 이슈는 정율성 이슈와 달리 진영 간 대립과 진영 내 갈등이 동시에 분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도부도 이를 의식한 듯 내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7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이념 논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한 당 관계자는 "이념 공세로 집토끼를 모을 수는 있어도 2030세대와 중도층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념 공세 고삐를 늦추면 '반국가행위 대응'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을 당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야권의 공세에 밀리고 보수층 결집도 놓치게 된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게 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 이념 공세 수위와 대상 선택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견이 제기되는 흉상 이전 이슈보다는 주말 사이에 새롭게 밝혀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행사 참석 문제를 조명하며 대야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의원을 향해 "대한민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이라 부르며 진행된 추도식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 비판하며 국회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어서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미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과 관련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제명을 권고받았음에도 윤리특위가 심사하지 않고 있다"며 "윤리특위가 빨리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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