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단장 측 "복귀 해 수사 보강할 것"…'해임 집행정지' 첫 심문

4일 오전 10시30분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오른쪽)과 김정민 변호사가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은진기자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보직해임 집행정지신청 심문이 열렸다. 

수원지법 행정3부는 4일 오전 11시10분께 박 전 단장이 해병대사령관을 상대로 낸 보직해임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을 진행 중이다. 

이날 신문에는 박 전 단장의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가 배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신문 전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은 구속영장 청구 전에 미리 제출한 것”이라며 “독립된 권한을 가진 민간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자는 취지”라고 보직해임 집행정지신청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검찰의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휘둘리고 있다. 그동안 군 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없었다. 군에서 은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사건은 박 전 단장으로 인해 사건의 이면이 드러난 것”이라며 “유족 역시 사건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직해임 집행정지신청의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보직 박탈은 근거 없는 횡포다. 주변에서 공포감을 느끼고 동요가 심했다”라며 “하루 빨리 복귀하면 주변이 안정되는 것은 물론 채 상병의 수사도 보강하고 적절한 조치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날 박 전 단장과 함께 수원지법을 찾은 군인권센터는 의견서를 함께 제출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해임은 수사권 박탈이기 때문에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해 행위라고 본다”며 “하루 빨리 수원지법에서 집행정지신청에 대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날 채 상병의 유족과 해병대 전우회 측도 '박정훈 대령님 존경합니다. 필승'이라고 적힌 응원 플랜카드를 들며 박 대령에게 “힘내라”라는 등의 격려를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단장은 해병 1사단 소속 채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사건을 수사한 후 지난 7월30일께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날 박 전 단장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다음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박 전 단장은 지난달 2일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하는 한편, 박 전 단장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박 전 단장의 혐의는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으로 바뀌어 수사받고 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