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전혜진, “엄마와 딸의 관계, 배울 수 있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달 22일 종영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은 철부지 엄마 은미(전혜진)와 쿨한 딸 진희(최수영)의 대환장 한 집 살이와 그녀들의 썸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였다. 전혜진이 맡은 은미는 고등학교 재학중 임신해 낳은 딸과 함께 살아가는, 철없는 캐릭터다.
전혜진(47)은 누군가의 딸에서 하루 아침에 엄마가 된 은미라는 캐릭터를 스스로를 엄마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지 않는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은미는 출근해서 전날 밤 TV에서 봤던 걸그룹의 춤을 따라 추고, 바닷가에서 이성에게 추파를 날리며 휴가를 즐겼다.
특히 엄마와 딸의 쿨한 관계는 시청자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었다. 은미가 진희 생부인 진홍(안재욱)에게 했던 “인생이 설명서처럼 쭉 가는게 있냐고? 오빠와 나 사이에 자꾸 진희를 끼워넣지마”라는 대사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본을 받고 시청자들이 좋아해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좋아해주시더라. 모녀관계에 대해 좋았다고 하신 분이 많았고, 일상에 있는 일이지만 은미의 결핍과 살아가는 방식, 엄마의 성장 스토리 자체가 좋았다고 말씀해주셨다. 저도 강직한 형사나 걸크러시 CEO 등 기존 캐릭터가 좋기는 했지만 캐릭터를 다양화할 수 있을까 하는 목마른 지점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호기심을 동시에 가지고 시작했다.”
전혜진은 힘 뺀 코믹 연기부터 온 몸 던진 열연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줬다. 그의 열연에 힘입어 ‘남남’도 시청률이 매회 우상향 기록을 보여주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은미 자체가 정상적인 기족관계가 없었다. 애 하나 데리고 어떻게 살아갔을까. 물렁물렁해서는 살 수 없다. 자기만의 직업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구청에 가 알아보고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진희가 어릴 때에도 강해져야 살 수 있음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딸은 친구이자 연인이다.”
전혜진은 “회마다 강한 신이 많았고, 저를 놔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은미는 사랑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 말투도 톤을 달리 했다. 직장상사이자 병원장인 상구(김상호)를 대할 때도 은미스럽고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나오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전혜진이 맡은 은미라는 캐릭터가 기존 엄마와 얼마나 다른지는 19금 자위 장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거실에서 야한 비디오 장면을 보면서 자위를 하다 때마침 귀가하는 딸에게 들키는 장면이다. 아무리 19금이라 해도 지금까지 이런 장면이 드라마에 들어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저도 표현이 쉽지 않았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 궁금했다. 감독님께 어떻게 표현하실 거에요 라고 물었다. 확신이 없었지만 찍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된다고 했다. 제가 철저하게 은미가 되지 않으면 이 부분 뿐만 아니라 과한 애정행각 등이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전혜진은 철부지처럼 보이는 ‘은미’지만 성희롱을 하는 진상 환자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고, 가정폭력범 앞에서는 그를 응징하는 정의의 용사(?)로 활약했다. 초면인 사람일지라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싶으면 은미 특유의 정의감을 발휘했다. 진희가 데려온 고등학생 가을이 엉엉 울던 날도 은미는 옆에서 가만히 그 울음 소리를 들어주며 마음으로 위로했다. 가을은 고교생으로 임신한 상태였다.
“공권력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걸 은미가 해결해주니 시원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가정폭력 문제에도 정의감을 발휘했다. 내가 밝은 모습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겪었던 일이었고, 딸이 경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혜진은 극중 걸그룹 춤을 추기도 했는데, 예상 외로 잘 춰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걸그룹 스테이시의 노래에 맞춰 추는 춤인데, 저작권 때문에 노래가 빨리 정해지지 않아 속성으로 배워 촬영했다. 부끄럼 없이 추는 거다. 그런데 몸이 안따라 오더라”고 했다. 이어 전혜진은 “실제 남편인 이선균 씨는 ‘남남’을 어떻게 봤다고 했냐”는 질문에 “선균 씨랑 같이 본 적 없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 ‘잘 하겠네’ 라고 말은 하더라. 남편은 해외에 있어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했다.
전혜진은 최수영과 엄마-딸의 케미를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전혜진은 “내가 낯가림이 있다, 슛이 들어가면 각자 애드립을 구사하곤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너는 이렇게 해, 나는 이렇게 할거야’라며 호흡을 맞추고 있더라”고 했다. 스태프 앞에서 수영복을 입는 해변신을 찍을 때는 몸을 가리느라 담에 걸렸다고 말하기도.
전혜진은 ‘남남’에서의 연기 경험을 통해 “엄마는 엄마다워야 한다. 엄마와 딸은 복잡미묘한 관계다.서로 싸울 때도 있지만 자존심을 지켜줘야 되는 부분도 있다. 어른들은 가르치려고 하고, 그러다 잘못됐다고 하고.(진홍 부모는 아직 잘못된 게 뭔지 모르고 있다) 나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한다. 모든 자식들은 나보다 다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해진은 전작인 ‘검색어를입력하세요 www’에서 포털사이트 유니콘 대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실제 CEO 같았다. 이에 대해 전혜진은 “당시 저를 어떻게 알고 그런 역할을 시키지 하고 생각했다. 보여주지 못한 걸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번 ‘남남’에서도 제가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을 제법 많이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전혜진은 “실제 두 아들과 이선균, 아들 셋을 키운다. 큰 아들이 제일 문제다. 아, 강아지까지 아들 넷을 키우고 있다”면서 “저는 독재자와는 다르다. 아들에게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하지만 그 외에는 자유다. 예를 들면, 양치질만 하면 다른 건 오케이, 이런 식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남남’이 전혜진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지를 물어봤다.
“뭐가 부족하다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서 엄마와 딸의 관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제 아들도 같은 배에서 나와도 성향이 다르다. 서로 인격체로 봐주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나도 딸과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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