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비호 ‘침묵의 카르텔’과 野 책임[포럼]

2023. 9. 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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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은 과거 생명력을 유지했던 존재들의 흔적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의 '화석'은 '제도적 흔적'을 통해 존재를 어렴풋이 알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과거 '생명력을 유지'한 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윤리위의 윤리 의식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됐다는 점과 여야 간의 '동료 의식'이 묵시적으로 작동해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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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화석은 과거 생명력을 유지했던 존재들의 흔적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의 ‘화석’은 ‘제도적 흔적’을 통해 존재를 어렴풋이 알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과거 ‘생명력을 유지’한 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화석 중 하나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다. 국회 윤리특위가 제대로 된 ‘생명력’을 발휘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제21대 국회의 윤리위는 특히 그 생명력을 확인할 길이 없다. 21대 국회에서 윤리위에 제소된 징계안 39건 중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달 30일 소위원회에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다루기는 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자기 위안의 소재로 삼을 수 있을진 모르나, 국민이 보기엔 ‘거기서 거기’다. 김 의원 징계 무산을 보면, 윤리위의 ‘무생물적 관성’이 계속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윤리위의 윤리 의식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됐다는 점과 여야 간의 ‘동료 의식’이 묵시적으로 작동해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진짜 동료 의식은 민생 법안을 고민할 때 발휘돼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지금 윤리위에 제소된 징계 안건을 보면 막말 사건, 성 비위 관련 의혹, 부동산 투기 사건 등이다. 이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은 윤리위에 넘겼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곤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 윤리위는 자신들의 곤란한 상황을 덮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고비’를 넘기고 ‘여론의 망각’이 시작되면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한다. 이는 이제 대한민국 국회의 ‘행동 법칙’이 됐다. 여기에는 여야가 일심동체다. 상대 진영에서 문제가 터지면 세상 끝까지 달려가 상대를 단죄할 듯이 하다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윤리위에 넘기면 그 후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모른 체한다. 상황이 이러니 ‘침묵의 카르텔’이란 말이 나온다. 국민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다양한 분야의 ‘이권 카르텔’ 분쇄도 중요하지만, 의원들의 동료 의식에 기반한 ‘침묵의 카르텔’ 분쇄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카르텔의 분쇄는 쉽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여야 모두의 ‘공통적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카르텔은 윤리 자문위도 들러리로 만든다. 이번 김 의원의 문제에서도 윤리 자문위는 제명을 권고했지만, 윤리소위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윤리 자문위의 권고를 뭉개 버렸다. 불출마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징계는 본인의 행위에 대한 정치적 징벌임에도 두 사안을 섞어 버린 것이다.

비밀투표이지만, 제명에 반대한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은 윤리위 무력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의 ‘방탄 본능’이 자신들만 힘들게 하면 모르겠는데, 정치 전반의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상태라면 국회 윤리위를 징계하자는 말이 나올 판이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윤리 자문위가 제명을 권고한 것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입각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뭉갠 국회 윤리위는 징계받아야 마땅하다. 겁 없는 정치권의 폭주에 대해 국민의 따끔한 질책과 비난이 필요한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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