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과 2036 서울 올림픽 유치[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서울시는 최근 4000여억 원을 들여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상징이었던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984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지어진 이 경기장은 조선 백자의 곡선을 지닌 외관으로 한국적인 미를 담은 것으로 여겨졌고 오랫동안 서울 올림픽의 대표적인 유산으로 자리해왔다. 서울시가 이 경기장의 편리성을 개선하면서도 주 경기장의 외관은 살리는 등 그 역사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볼 만하다.
그런데 이 경기장의 리모델링을 둘러싸고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찾아 2036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국은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을 치른 데 이어 서울 평양 공동 개최를 앞세워 2032년 올림픽 유치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2018년 겨울 올림픽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울 평양 공동 개최 추진에 실패했음에도 또 올림픽 유치에 나서려 한다면 그 명분과 실리가 뚜렷해야할 것이다.
흔히들 올림픽을 둘러싸고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국가 또는 체제의 활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올림픽의 흐름은 이러한 정치 경제적 효과가 그렇게 쉽게 달성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역대 최대인 55조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치렀다. 막대한 시설을 지었지만 대부분은 사후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해 연간 조 단위의 운영비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또 자국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대규모 도핑을 저질렀다. 이 내용이 밝혀지면서 러시아 선수들은 다음 올림픽 때부터 자국의 국기를 들고 참가하지 못하는 등 러시아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은 경기 운영 및 개폐회식에서 보여준 수준 높은 역량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남북 화해 무드 조성을 위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둘러싸고는 다양한 이견이 표출되며 논란이 일었다. 또 평창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 중 일부는 여전히 사후 활용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일본의 부흥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했던 2020년 도쿄 여름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속에서도 무리하게 대회를 강행하려고 했다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선수들을 희생시키려 한다는 전 세계 스포츠계의 비난을 받은 뒤 1년 연기돼 열렸다. 이 과정에서 올림픽 연기로 인한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역시 중국의 인권탄압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사절단이 올림픽 개회식에 불참하는 등 외교적 보이코트가 일어나면서 사실상 올림픽을 통한 자국체제 선전효과는 별로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계기로 둔갑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올림픽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은 많지만 그 정치적 효과는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올림픽을 개최하려 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만나기 쉽다는 점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 무대에서는 특정 체제나 이념의 선전을 위한 활동을 할 경우 그에 대한 반발이나 역작용도 그 만큼 크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이상적인 올림픽 개최 방식은 추가적인 대규모 비용 투자 없이 기존시설을 활용하며 평화적인 스포츠제전으로서의 올림픽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가는 것이다.
이를 무시한 채 누군가가 대규모 행사를 유치하고 지휘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정치적 의도만으로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림픽 개최는 화려한 만큼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은 이런 점들을 냉정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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