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문2'와 '소옆경2', 한국형 시즌제의 실패작으로 남게 된 이유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9. 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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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시즌제, 속편 아닌 시리즈 개념으로 접근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한국형 시즌제는 과연 얼마나 힘을 발휘하고 있을까.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는 시즌1의 성공에 비교하면 소소한 결과를 냈다. 마지막 회 최고 시청률 6%(닐슨 코리아)를 기록했지만 시즌 내내 3~4%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시즌1 최고 시청률이 10.7%였던 걸 떠올려 보면 그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결과물치고는 너무 소소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도 아쉽지만 더 아쉬운 건 시청자들 반응이다. 시즌1이 국수집을 배경으로 모인 카운터들의 한 판 시원한 사이다 판타지 액션을 통해 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다면, 시즌2에 와서는 아지트를 더 화려하게 바꾸고 액션도 더 블록버스터처럼 그렸지만 통쾌함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악귀들의 힘이 더 세진 걸 강조하다 보니 카운터들이 매 회 당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판타지 액션에 화력을 더해줄 수 있는 현실적 서사가 너무 약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시즌2였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이른바 '한국형 시즌제'라고 부르는 우리식의 시즌제 제작 방식이 가진 한계도 그 이유로 작용한다. 즉 미국드라마들처럼 본격적인 의미의 시즌제라면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가는 흐름은 애초 기획 단계부터 계획된다. 즉 시즌1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고 끝나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당연히 시즌2에서 계속 이어질 거라 여겨지는 것. 속편이 아닌 시리즈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시즌1이 성공하면 시즌2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고 그래서 그때부터 시즌2를 계획한다. 어떤 경우에는 시즌1이 마무리되고 세트를 철거했는데 시즌2 제작에 들어가 다시 세트를 짓고 촬영하는 일도 발생한다. 제작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스토리는 더더욱 문제다. 시즌1을 마무리한 후 이어지는 시즌2는 마치 속편처럼 기존 인물과 세계관을 갖고 있어도 새로운 서사를 구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경이로운 소문2>가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건, 이 강박관념이 작용한 면이 있다. 속편처럼 더 큰 스케일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국에서 들어온 강력해진 악귀 3인방이 등장했고, 소방관 의인이지만 악귀가 되어가는 마주석(진선규)이라는 캐릭터를 창출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워낙 이 인물들이 강력하고 대신 카운터들의 성장사가 잘 그려지지 않자 시종일관 고구마 가득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스케일을 키우기보다는 소문(조병규)을 위시한 카운터들의 자잘한 성장담을 그리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속편이 아닌 시리즈 개념으로 시즌2를 접근했어야 가능했을 방식이지만.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가 <소방서 옆 경찰서>의 시즌2로 제작되면서 겪고 있는 부진도 마찬가지 이유가 크다. SBS는 최근 시즌2 드라마들을 본격 배치하고 있고, 실제로 <모범택시2> 같은 경우 큰 성공을 거뒀지만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모범택시>처럼 에피소드별로 구성되는 작품은 속편처럼 접근해도 새로운 에피소드만 넣어주면 충분히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건 <소방서 옆 경찰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무언가 새로운 서사를 넣기 위해 '국과수'라는 소재를 하나 더 붙였고 대신 초반에 소방서를 대표하는 봉도진(손호준) 캐릭터가 사망 하차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방식은 애초 소방서와 경찰서의 공조라는 그 세계관 자체를 바꿔 놓아 이제는 경찰서와 국과수의 공조로 서사 자체를 변모시켰다. 일관성이 깨지면서 시즌2로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것도 잘 되면 시즌2라는 한국식의 시즌제 운용이 갖는 한계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애초 진호개와 봉도진이라는 투톱 캐릭터의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면 시즌2 개념에 굳이 국과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봉도진 사망 하차라는 무리수까지 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물론 서구의 시즌제가 반드시 나은 것도 아니고, 우리식의 시즌제가 우리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즌2를 제작하는 새로운 제작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 애초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려놓는 제작 방식이 절실해졌다. 그것이 진짜 시즌2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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