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최대 취약지’ 경북·전남, 손 맞잡고 국립의대 설립 촉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지난 5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도와 전남도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료 최대 취약지 경북·전남 국립의대 설립 촉구’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 건의는 지역의 오랜 염원이자 숙원인 국립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역의 어려운 의료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형적 특성상 경북·전남은 도서·산간 지역이 많아 의료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 최근 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분야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의 아이들과 산모들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지역과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다.

지역 공공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탓에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군 복무기간 단축 등으로 의대생들이 군의관·공중보건의가 아닌 일반 사병으로 입대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역 기초 의료체계도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경북 보건지소 217곳 중 53곳, 전남 보건지소 201곳 중 45곳에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못했다. 경북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9차례에 걸친 공고 끝에 연봉 3억원과 숙소를 제시하고서야 70세가 넘는 퇴직 의사를 겨우 구했다.

경북도청 전경. 경북도 제공

1시간내 응급실 의료이용률(2021년 기준)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지방의 의료접근성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대구(91.8%)와 서울(90.3%), 광주(89.2%)가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전남은 51.7%, 경북은 53.4%를 기록했다. 대구·광주에서는 1시간 이내에 10명 중 9명 정도가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경북·전남에서는 5명 정도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북·전남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경북(1.4명)과 전남(1.7명)은 전국 평균(2.1명)을 밑돌고 있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졸중·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 분야의 경우 전문의 수와 기준 설치율 등이 모두 평균 미만인 실정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전남 450만 지역민은 오랜 세월 생명권과 건강권을 박탈당해왔다.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근본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 국립의과대학 설립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