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예산, 지방만 허리띠 졸라맸다?…“세금 감소해 지방 이전 재원 줄어”
정부가 내년 유례없는 긴축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재원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부진과 감세 개편 영향으로 내년도 세입이 대폭 줄 것으로 전망되는데, 세입 규모에 따라 자동 연동되는 지방 이전 재원이 크게 줄어 ‘역대급’ 짠물 재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내년도 지방 살림이 유례없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연구소가 4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등 지방으로 이전되는 예산은 총 135조7000억원으로 집계되며 올해 예산 대비 15조4000억원 감소했다. 감소율은 10.2%에 달했다. 지방교부세는 8조5000억원(-11.3%), 교육교부금은 6조9000억원(-9.1%) 감소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에 자동으로 연동돼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내년 내국세는 경기 불황과 정부의 감세 조치가 겹치면서 올해 예산안 기준 내국세 수입보다 10.1%(-36조3000억원) 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내년 지방 이전 재원도 같은 비율로 줄여 편성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만약 내년 내국세가 줄지 않고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걷히게 된다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예산 총 지출 증가율(5.2%)보다 높은 수치다. 세수만 부족하지 않았어도 정부가 ‘역대급’ 짠물 재정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경제가 성장하면 국세 수입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내년 세수 감소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충격은 더 크다. 연구소는 내년 내국세가 지난 5년 평균 증가율(4.4%) 수준으로만 증가해도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6.3%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예산 낭비를 최소화했다는 정부 입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감세 조치 탓에 세입기반이 약화됐고, 결국 지자체 재정만 큰 폭 줄여 유례없는 긴축 예산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법인세율을 내려도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기재부 주장과는 달리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와 내수 경기 둔화로 인한 내국세 감소로 자동적으로 지방 이전 재원이 줄었다”며 “지방 정부 희생을 통해 총지출 증가율이 제한된 것” 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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