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보려면 이렇게라도"…일본 부모들 자녀 위해 대리 맞선

이한주 기자 2023. 9. 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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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열린 대리맞선 현장. 손주를 원하는 부모들이 자녀를 대신해 맞선을 보고 있다 〈사진=CNN〉
“손주 좀 안겨달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일 때문에 여자를 찾을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나왔죠”

지난 7월 일본 오사카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맞선 모임에 참가한 80대 노부부가 49살 아들을 소개하면서 한 말입니다. 맞선 모임 참가자는 모두 결혼 적령기의 자녀가 있는 노부부들로 자녀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담긴 서류를 든 채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현지시간 2일 CNN은 혼인 건수가 지속해서 줄며 심각한 저출산 위기를 맞은 일본에서 부모들이 참가하는 '오미아이(맞선) 파티'가 열리고 있다는 르포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자녀를 대신해 부모들이 참가하는 맞선 모임입니다.

결혼정보업체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60부터 80대까지 부모 60여 명이 각각 1만4000엔, 우리 돈 12만 원가량을 내고 참여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20, 30대 여성을 며느리로 맞으려는 40대 남성의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중매에 참여한 부모들은 대부분 손주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대로면 손주를 못 본다는 사실에 놀란 부모들이 직접 자녀의 소개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부는 또래들이 다 결혼하는 것을 보고 급해진 자녀들의 요청을 받고 참석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대리 맞선은 분명 장점이 있어 보입니다. 모임을 통해 자녀의 결혼을 성사시킨 한 노부모는 “처음부터 자녀들이 뭘 원하는지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보니 아이들끼리 만나서 어색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성사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은 이런 중매를 거쳐 실제 결혼하는 비율은 10% 내외로 추정했습니다. 한 노부모는 “40살 아들을 위해 다른 10명의 부모와 프로필을 교환했지만 커플로 엮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CNN은 이런 대리맞선이 퍼지고 있는 것은 일본의 특수한 환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물가상승과 강도 높은 근무환경, 여성이 가사와 양육을 도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독신자에게 편리한 생활 환경 등의 여파로 일본에서 결혼하고 자녀를 같은 사람들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20년 넘게 중매 행사를 주최한 노리코 미야고시 씨는 “일본에서 남녀권리는 동등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남성은 집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다”며 경제적 이유뿐만이 아니라 여성이 결혼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결혼 감소와 함께 출산율도 하락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3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고 올 2분기 0.7명으로 올해는 0.6명대로 하락할 것이 확실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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