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생지 한라산서 대표 구상나무 선발한다
내년 구상나무 기준목 유전체 분석
세계 최대 구상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에서 대표 구상나무가 선발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 중에서 기준목을 선정하고, 유전체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제주도는 우선 한라산 구상나무 기준목 선정을 위한 기준을 만들고 분류와 유전, 생태 분야 전문가와 일반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도 꾸릴 계획이다.
선정기준은 1920년 최초로 구상나무를 신종 식물로 발표한 영국의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의 기재문에 기록된 대상목의 형태를 기준으로 하되 국내외 수목 도감에 표현된 구상나무의 형태와 수령, 자생지 환경이나 접근성 등을 종합해 정립할 계획이다.
이어 한라산 자생지에서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구상나무 후보목 10개체, 예비후보목 5개체를 선발한다. 선발된 개체 중 선정위원회의 서면과 현장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기준목이 결정될 예정이다. 기준목 선발은 올해 중 이뤄진다.
선발된 표준 구상나무에 대한 유전체 분석은 내년부터 서울대, 충남대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동으로 추진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는 유전체 분석의 일환으로 서울대와 함께 구상나무 군락별 유전 다양성 분석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기준목이 선정되면 대외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대표 이미지로도 활용해 홍보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특히 구상나무 기준목의 잎과 줄기, 열매, 뿌리 등 생체를 이용해 표준 유전체 지도를 작성하면 국제생물다양성협약 등에 따른 생물 주권과 유전 다양성 보전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후변화 위기종인 구상나무 유전체 분석을 통해 유전연구 활성화, 종 보전을 위한 유전학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구상나무 기준목 선정을 통해 세계 최대 구상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2026년을 목표로 구상나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생장쇠퇴 연구, 복원 매뉴얼 개발 등의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위한 나무로 잘 알려졌지만 한국이 원산지고, 한국 산지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전북 덕유산, 경남 지리산, 제주 한라산 등에 분포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고사하는 멸종위기종으로, 관리와 복원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희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100년 전에는 영국 식물학자인 윌슨이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확인해 세상에 알렸지만, 이제는 우리가 구상나무 기준목으로 유전적 구조를 밝혀 연구를 활성화하고 생물주권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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