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첨단 연구거점으로서의 정부 출연연구기관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대덕연구개발특구는 그동안 많은 연구 성과를 창출하면서 국민의 삶을 증진하고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성과 창출 배경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산·학·연·병의 협력 거점 역할을 해온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을 잘 이끌어왔듯이 다가오는 50년 동안에도 세계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볼 시점이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설립의 근거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법률에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설립목적이 빠져 있다. 단지 정부가 출연하고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고만 정의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국책연구소를 설립해 국가 과학기술 혁신 시스템의 중심에 서서 과학 진보, 기술발전, 이를 통한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 및 경제성장을 이끌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연구소 형태인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는 주로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형태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 기관이 아닌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하는 이유는 과학기술이 갖는 독특한 특성인 전문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부 기관으로 설치하면 계층적인 통제가 심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의 자율적 운영이 어렵고 연구의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 우선, 정부로부터 예산의 많은 부분을 지원받는다. 둘째,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방향에 부합되는 분야에 연구자원을 집중한다. 셋째, 과학기술적 수월성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외 연구 주체 간 협력을 촉진한다. 넷째, 대학이나 민간기업이 개별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첨단 대형 연구시설과 장비를 구축하고 운영한다. 다섯째, 민간이 수행하기 힘들지만 국가적인 필수 기술이나 전략목표를 정부출연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통해 달성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여섯째, 연구·개발이 주된 기능이지만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 등 차세대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여섯째, 연구 성과의 확산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들은 무엇일까?
첫째,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우선순위에 부합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명확한 미션과 비전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이들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 로드맵이 필요하다. 둘째, 우수한 연구자를 유치 및 육성하고, 창의성과 협업을 장려하는 환경 조성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관점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제 간 협력 및 융합 연구를 추진해야 하며, 이를 지식, 자원, 기술을 교류하는 국제협력의 중심으로 키워야 한다. 넷째, 최첨단 연구를 위한 대규모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기 요인들을 제대로 갖춰 정부 출연연구기관 단독으로 혹은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세계적인 최첨단 대형 연구 인프라 및 장비를 구축하여 국가전략기술 등 첨단연구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제안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는 지식거점, 산·학·연·병의 역량을 이어주는 협력 네트워크 거점, 다양한 전문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인력거점,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정책을 강구하는 정책거점,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는 국제협력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차세대 핵심산업 분야인 합성생물학 분야의 바이오파운드리, 유전자세포치료 분야의 첨단바이오R&BD실증센터 등이 이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인프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를 촉진하고, 국내외 다학제 연구 협력을 활성화하며, 대규모 연구데이터 생산과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수인력과 펀딩을 유치하고, 수준 높은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며, 기술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중심의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바이오, 우주, 반도체, 양자 같은 첨단 산업을 키울 수월성 있는 기술 개발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고, 기술패권 경쟁시대에서 기술선진국과의 다양한 유형의 국제협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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