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상반기 국내 반도체 기업 경영실적, 미국보다 저조…자동차 및 제약·바이오는 美·日보다 양호"

올 상반기 경기불황 등의 여파로 국내 대표 기업의 반도체 분야 경영실적은 미국 주요 기업보다 저조한 편이지만, 자동차 및 제약·바이오 업종은 미국·일본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한·미·일 업종별 대표 기업 경영실적 비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반도체, 철강, 자동차, 유통, 제약·바이오, 정유, 통신, 인터넷서비스 8개 업종을 대상으로 국가별 대표 기업 총 44개 기업(한국 16개·미국 16개·일본 12개)을 분석한 뒤 작성됐다. 8개 업종 가운데 반도체, 인터넷서비스는 한국과 미국의 대표 기업만 분석에 포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대표 기업의 경영실적 악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돼 올 상반기에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4개사)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22.3%에서 지난해 2.7%로 크게 줄어들었고, 올 상반기에는 -29.7%로 집계됐다. 양국 반도체 4개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또한 2021년 25.7%에서 지난해 16.7%, 올 상반기 -9.4%로 하락했다.

특히 미국 기업과 비교해 한국 기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한국 반도체 대표 기업의 작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36.2%, 올해 상반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24.8%로, 미국 대표 기업(-23.3%·6%)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시스템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대표 기업들에 비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감소한 데 따라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의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형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총 593조원인 지난해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323조원으로 54.5%를 차지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이어 유럽(70조원·11.8%), 대만(61조원·10.3%), 일본(55조원·9.2%), 중국(39조원·6.5%) 등 순이었고, 한국은 20조원·점유율 3.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타 업종들 중 정유와 철강 업종 대표 기업은 올 상반기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8.8%, -6.2%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유통과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 역성장은 피했으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3.9%, 2.6%로 지난해(15.1%·27.2%)와 비교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정유 업종의 경우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 철강 업종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산업 부진이 실적 악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제약·바이오 업종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판매했던 화이자 매출액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양호한 경영실적을 보인 업종은 자동차와 인터넷서비스 업종이었다. 자동차 업종의 올 상반기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9.6%, 영업이익률은 7.9%로 지난해 이후 지속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인터넷서비스 대표기업도 평균 매출액 증가율 10.3%, 영업이익률 18.6%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자동차와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경영실적이 미국·일본 대표 기업보다 양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자동차 대표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2.4%, 영업이익률은 11.2%로, 두 수치 모두 미국(16.9%·5.8%), 일본(19.4%·6.8%)보다 높았다.

제약·바이오 업종 대표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역시 한국이 18%·30.3%로, 미국(-18%·19.8%)과 일본(7.8%·6.2%)보다 월등히 높았다.

경총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이 주력 업종인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 다른 국가보다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금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슈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수출 지원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