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치료'라며 알코올 중독 환자에 청소시킨 병원…법원 판단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이 환자에게 재활 치료 명목으로 청소 등 업무를 시키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함상훈·표현덕·박영욱 부장판사)는 A병원 측이 국가인권위위원회(인권위)를 상대로 "부당한 노동 부과 행위 중단 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 치료 전문기관인 A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B씨는 2020년 5월 "병원이 환자들에게 청소시키고,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제한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A병원 측은 스트레스와 음주 욕구 관리, 대인관계, 책임감 등을 이유로 환자들에게 청소와 세탁, 배식 등 업무를 시키고 있었다.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A병원 원장에게 "환자에게 업무 부과를 중단하고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치료 범위와 기준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A병원 측은 인권위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법령에 '재활 치료로 청소 등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며 "업무는 환자들의 동의 또는 신청을 거쳐 진행됐고, 최저임금 수준의 1.7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병원에서 환자에게 청소 등을 시킨 것은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

또 노동 대가가 일부 참여자에게만 지급된 점과 A병원의 일방적 필요에 의해 업무 부과된 점을 언급하며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 청소하게 한 이유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문헌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A병원은 작업치료 효과를 별도로 평가하지 않았다. 환자의 스트레스 관리와 대인관계 향상 등은 막연하고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