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면세 사업 착각’ 뒤늦게 부가세 전액 반환 요구... 대법원 “부당”

지방자치단체가 공급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었다가 뒤늦게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부가세 전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조선DB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서울 영등포구가 폐기물 처리 업체 A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지난달 18일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영등포구는 지난 2008~2012년 A사 등 폐기물 처리 업체 3곳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용역 대금 19억5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당시 이 대금에는 1억7000여만 원의 부가세도 포함됐다.

그런데 구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부가가치세 법상 생활 폐기물 처리 용역이 부가세 면제 대상인 것으로 뒤늦게 파악했다. 이에 구는 2013년 11월 잘못 지급된 부가세 1억7000여만 원을 돌려달라고 업체들에 요구했다. 업체들이 부가세 중 일부만 반환하자 구는 전액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1심, 2심 법원은 영등포구 승소로 판단하면서 업체들이 부가세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보통 국가에 납부하는 부가세는 지급 받은 부가세(매출세액)에서 지출한 부가세(매입세액)를 뺀 금액만큼 낸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부가세 면제 대상 사업의 경우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하지 못한다. 사업자가 매입세액을 온전히 부담하는 만큼 비용이 증가해 원가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반영해 지방계약법은 지자체가 부가세 면제 대상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자의 매입세액까지 입찰 예정가격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들(업체 측)은 이 사건 용역과 관련된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입찰에 참가했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용역 공급이 부가세 면세 대상이라는 사정을 알았다면 부가세를 제외하고 기존 용역 대금에 상당한 금액만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용역 공급이 부가세 면세대상일 경우 A사 등이 공제받지 못하는 돈을 용역대금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업체들은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손익을 계산해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라,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해당 가격에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거나 대금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착오로 받은 부가세를 전액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