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껍데기’ 민주주의는 가라?…쿠데타 번지는 아프리카

황경주 2023. 9. 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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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프리카에 부는 군사 쿠데타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북아프리카 중심으로 잇따르던 쿠데타가 최근엔 중부 지역인 가봉에서도 벌어졌는데요.

국제 사회에서는 우려가 커지지만, 가봉 시민들은 군사 쿠데타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아프리카의 복잡한 속사정,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가봉 얘기부터 해볼까요?

군부가 과도 정부 구성에 착수했죠?

[기자]

가봉 군부 쿠데타의 지도자 응구마 장군이 현지시각 오늘 과도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지난달 30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속전속결로 권력 전반을 장악하는 모습입니다.

가봉 군부는 지난달 30일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을 체포해 가택 연금하고, 국영 방송을 통해 쿠데타 사실을 알렸죠.

이 소식을 들은 시민 수백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군부 지지 시위를 벌였습니다.

[가봉 리브르빌 시민 : "우리는 행복합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변화를 원합니다. 더는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3년 동안 7개 국가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성공시키고 정권을 장악했는데요.

모두 아프리카 북부, 사헬 지역 국가들이었는데 이번엔 지역이 동떨어진 중부 가봉에서 일이 터지면서, 쿠데타 지형이 남쪽으로 확장하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쿠데타가 번지고, 심지어 시민들이 쿠데타를 반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쿠데타가 일어난 국가들을 보면 이름만 민주주의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봉의 경우 봉고 대통령 부자가 대를 이어 50년 넘게 정권을 잡고 있었죠.

최근 아들 봉고 대통령의 3연임을 확정 지은 선거가 있었는데, 이게 쿠데타의 빌미가 됐습니다.

최근 3년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사헬 지역 국가들인데요.

기니 역시 무리한 개헌으로 3선 연임에 성공한 당시 대통령을 군부가 쫓아냈습니다.

차드는 30년 장기 집권하던 대통령이 반군의 공격을 받아 숨진 게 쿠데타 계기가 됐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 아래서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군부를 환영하고 있는 거고요.

[앵커]

하지만 총칼로 권력을 빼앗은 쿠데타 세력이 얼마나 민생을 살피는 정치를 할지 의문이 드는데요.

[기자]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하나같이 일단 과도 정부를 구성해 상황을 좀 안정시키고 나면, 민간에게 권력을 넘기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죠.

기니 군부는 지난해 5월 모든 시위를 3년 동안 금지하고 민간 정부에 권력을 넘기는걸 늦추고 있습니다.

차드 역시 18개월만 군정을 실시하고 민주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10월 결국 선거를 연기했죠.

[아프리카 정치 전문가 : "일단 모습을 드러낸 군부는 권력을 장악하려고 합니다. 민간 통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깁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에서 잇따라 쿠데타가 벌어지다 보니 군부 세력끼리 서로 쿠데타를 돕기까지 하는 상황인데요.

지난달 니제르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옆 나라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정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쿠데타로 아프리카 정세가 불안해진 틈을 타 테러 세력까지 활개를 치기 시작했죠?

[기자]

2020년~2021년 연속으로 쿠데타가 있었던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가 세력을 두 배로 확장했다고 유엔 소속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IS가 세를 키우자 또 다른 테러 조직들도 덩달아 득세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IS 공격을 막아주겠다며 자신들을 부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도 말리, 니제르 군부와 손을 잡고 세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앵커]

아프리카에서 이슬람 무장 단체나 러시아 용병들이 활개를 친다는 건, 결국 이 지역에 대한 서방 사회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뜻이겠죠?

[기자]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프리카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쿠데타가 일어난 국가들은 프랑스나 영국의 식민 지배를 오래 받다가, 1900년대 중반 독립에 성공했죠.

민주 국가를 표방했지만 형식에 그쳤고, 선출 권력은 오히려 서방 제국주의의 잔재로 비쳤습니다.

[토마스 보렐/아프리카 지역 전문가 : "가봉은 아프리카에 대한 프랑스의 영향력이 부패로 얼룩졌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아프리카의 친족주의 아래서 이런 부패 권력이 성장했습니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쿠데타가 일어난 국가들에서 반서방 감정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러시아나 이슬람 극단주의, 최근 들어서는 중국까지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아프리카에서 서방의 입김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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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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