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자" 짧지만 굵었던 한남자의 한 마디에 호랑이 눈빛이 달라졌다[SC비하인드]

박상경 2023. 9.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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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좀 더 비워놓고 해보자."

전체 미팅을 통해 김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간결했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 수도 있지만, 무게 있는 한 마디 말도 중요한 힘이 될 때가 있다.

김 감독이 던진 한 마디 말은 호랑이의 눈빛을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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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롯데전. 김종국 감독이 1회 점수가 나자 기뻐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8.12/

[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마음을 좀 더 비워놓고 해보자."

지난달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은 미팅을 소집했다.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주말 3연전 싹쓸이에 성공하면서 5할 승률에 복귀한 상황. 하지만 여전히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시기였다.

전체 미팅을 통해 김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간결했다. "꼭 이기려 하는 마음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자. 승부는 이길수도, 질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 하자. 마음을 좀 더 비워놓고 해보자."

내용만 놓고 보면 여느 감독들이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분전을 촉구하기 위해 내놓은 멘트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 감독이었기에 이례적인 멘트였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SSG의 경기. KIA가 8대6으로 승리하며 8연승을 달렸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KIA 김종국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03/

20년 넘게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 선수-코치로 몸담았던 김 감독은 지난해 지휘봉을 잡은 뒤 말을 최대한 아끼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올해도 시즌 초반 부상-타선 부진-마운드 균열 등 갖가지 변수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중요한 순간 한 번만 해주면 된다", "후회 없이 자신있게 던지고 오라" 등 선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현역 시절 과묵하면서도 괄괄한 성격으로 '군기반장'으로 불렸던 그였지만, 감독 타이틀을 단 뒤엔 숱한 상황 속에서도 우직할 정도로 큰 움직임 없이 팀을 이끌었다. 이런 그가 연승 상황에서 미팅을 주재한 것은 KIA의 지금 상황이 승부처라는 인식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SSG의 경기. 8회초 1사 1,2루 KIA 김태군이 1타점 동점타를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03/

KIA는 31일 광주 NC전에서 KBO리그 다승 선수 에릭 페디를 난타하면서 13대3 대승을 챙긴데 이어, 1~3일 인천 SSG 랜더스전을 스윕하면서 8연승에 성공했다. 전반기를 36승1무39패(6위), 승패마진 -3으로 마감했던 KIA는 4일까지 시즌전적 56승2무50패, 승패마진 +6으로 전환하면서 NC(57승2무51패)에 승차 없이 앞선 4위로 도약했다. 3위 SSG와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최근 KIA 선수들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8연승이라는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흠잡을 때가 없다. 타선은 찬스를 놓치지 않고 연결하면서 대량 득점을 만들어내고, 승부처에서 대타-대주자로 기용되는 선수들도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마운드 역시 최근 마리오 산체스의 부상 이탈로 구멍난 선발진의 부담을 불펜이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SSG의 경기. 9회초 KIA 김도영이 솔로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03/

경기력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시선도 날카롭다. 포수 김태군은 "지금은 성적을 내야 할 시기다. 이닝, 경기 수가 많다고 핑계댈 이유가 없다. 힘들면 2군에 가서 야구 하면 된다. (투수들에게) '힘든 건 알지만, 티내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고 강조했다. 투수 윤영철도 "지금은 순위 경쟁 중이고 팀에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시즌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3일 SSG전에서 승리한 뒤 "흔히 말하는 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오늘도 중반에 역전이 됐지만, 선수들끼리는 질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정말 이 기세가 무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 수도 있지만, 무게 있는 한 마디 말도 중요한 힘이 될 때가 있다. 김 감독이 던진 한 마디 말은 호랑이의 눈빛을 바꿔 놓았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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