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디펜딩 챔피언 압도한 '승격팀' 광주FC… '괄목상대'

김선영 2023. 9. 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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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광주FC의 경기에서 광주 베카가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선수들이 이렇게 잘했나?"

지난 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울산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9라운드 경기를 지켜본 취재진 사이에서 감탄이 나왔다.

지난 시즌까지 2부리그에서 경쟁하던 승격팀 광주는 이날 디펜딩 챔피언이자 시즌 선두를 달리는 울산을 몰아붙인 끝에 2-0 완승을 거뒀다.

"압박하겠다"고 한 이정효 감독의 공언처럼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펼친 광주는 깔끔한 공수 전환을 선보이며 후반 초반에 이미 두 골 차로 앞섰다.

울산은 '총력전'을 펼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부상에서 막 돌아온 엄원상을 투입했고, 이후 주민규·이청용·김태환·보야니치 등도 그라운드를 밟아 거센 공세를 폈다. 그러나 상대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당장 후반에 들어온 이들 '후보 선수들'과 비교해보면 그라운드를 누빈 광주 선수단은 이름값이 크게 떨어진다.

광주에서는 에이스로 활약하는 엄지성이 23세 이하 대표팀에 차출돼 이날 나서지 못했다. 허율과 아사니는 경고가 쌓였고, '수비의 핵' 티모도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주축이 대거 이탈한 이날 라인업은 사실상 2부에서 경쟁하던 지난 시즌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리그 최고라 평가받는 팀을 완파할 정도의 경기력이 나온 것이다.

특히 이순민-안영규-아론-두현석으로 이어진 광주의 수비진은 지난 시즌 2부 팀을 상대하던 라인업 그대로였다.

비결은 선수들의 '성장'이었다. 당장 선제 득점을 올린 이건희는 수준이 한층 높아진 1부에서도 지난 시즌만 한 활약을 보여주는 중이다.

2022시즌 15경기 6골을 기록한 이건희는 올 시즌 17경기에 나서 4골을 넣었다. 슈팅은 12번 기록했는데 이 중 4번이 골망을 흔들었다.

1994년생 이순민은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간 선수 경력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22시즌에도 중원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광주 승격의 주역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올 시즌에는 아예 활동 반경을 후방 전 지역으로 넓히면서 '다른 선수'가 됐다.

주 포지션인 미드필더가 아니라 아예 수비수로 나설 때가 많다.

이날은 풀백으로 출전했다. 왼쪽 풀백인지, 오른쪽 풀백인지 헷갈릴 정도로 위치를 바꿔가며 화력을 자랑하는 상대 공격진을 틀어막았다.

특히 전반 추가 시간 역습에 나선 울산의 김민혁이 페널티지역에서 오른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악물고 어느새 따라온 이순민이 몸으로 저지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후반 35분에는 바코의 로빙패스를 따라 뒷공간을 침투하는 K리그 '대표 준족' 엄원상과 속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따라붙어 결국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최근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로도 뽑힌 이순민은 자신의 성장이 광주 덕분이라고 짚었다.

광주가 전술적으로 촘촘히 조직된 덕에 자신의 강점이 그라운드에서 발휘된다는 것이다.

이순민은 "팀으로서 함께 준비하는 부분, 약속된 움직임이 많다. 어느 위치에 들어가든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내 역할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모든 선수가 그렇게 이야기한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전술 수행 능력'을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감독은 "두현석·이순민이 중앙으로 위치를 옮겨서 여러 역할을 해줬다. 우리 팀은 (기존과) 다른 위치에서 뛸 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해당 위치로 옮기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면서 "전술 이해도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팀과 해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는 항상 똑같다"며 "득점을 위해서 팀 전체가 투혼, 온 힘을 다 끌어내서 그라운드에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광주의 주장 안영규의 '공약'도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안영규는 지난 1월 구단을 통해 "우리를 약팀이라 생각하는 팀을 만나서 보여주겠다"며 '도장 깨기' 시즌을 예고했다.

당시 안영규가 가장 맞붙어보고 싶은 팀으로 꼽은 게 울산이다. 안영규는 "울산은 1부, 우리는 2부에서 우승했다. 맞붙어서 우리가 더 좋은 팀이 됐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는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과 함께 최소 실점(32점)도 이뤘다. 안영규를 중심으로 한 광주의 수비진이 1부에서도 이전과 같은 '짠물 수비'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았다.

올 시즌 29경기에서 28골을 내준 광주는 전북 현대(25골)에 이어 최소 실점 2위다.

시즌 중후반에 접어든 현재 순위는 3위(12승 9무 8패·승점 45)다. 9경기 연속 무패(4승 5무)를 달리는 광주는 지난 7월 2일 울산전(0-1)을 마지막으로 2달이 넘게 패배가 없다.

12승째를 올린 광주는 '이정효 체제'에서 구단 새 역사도 썼다. K리그 클래식 시절이던 2016년(11승)을 넘어 1부리그에서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합뉴스]

[김선영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p2146@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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