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토위 피감 공공기관, '중징계자' 성과급 전수조사
경징계만 받아도, 성과급 못 받는 공무원
어느 조직이든 소속 직원들에 대한 업무 성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평가 결과는 성과급을 차등 지급할 때 하나의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평가 점수가 높은 직원에게 더 많은 성과급이 돌아가도록 성과급 기준을 설계합니다. 동기 부여를 위해서입니다. 노사 합의에 따라 성과급을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곳도 있겠지만, 일 잘하는 직원이 더 많은 업무 성과급을 가져가는 방식은 이미 통용되고 있는 조직 운영 방식입니다.
반대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직원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징계를 받은 직원 경우입니다. 이를 가장 엄격하게 따지는 곳 중 하나가 공무원 조직입니다. 해당 내용은 인사혁신처가 작성한 <2023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 지침>에 나와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79조에 따라 징계 처분을 받으면 성과급을 지급이 금지된다고 적혀 있는데, 중징계는 물론이고 경징계로 분류되는 '견책'만 받아도 해당 연도의 성과급 지급 제외 대상이 됩니다. 사기업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마찬가지로 내부 징계를 받고도 성과급을 받아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도 성과급을 주는 조직이 있습니다. 일부 공공기관입니다. 공공기관들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준다고 이미 언론 등 여러 곳으로부터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징계를 받은 직원이 성과급을 받느냐, 안 받느냐가 방만 경영의 한 척도가 됐습니다.
권익위, 공직유관단체에 "징계 받은 직원에게 성과급 주지 말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공공기관에서 이어지자 지난 2020년 10월, 권고를 내립니다. 중징계 처분 등을 받은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여섯 가지 경우 중 하나일 때 지급 금지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징계 사유에 상관없이 처분 결과가 파면‧해임‧정직‧감봉 등 중징계에 해당하면 성과급을 주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중징계가 아니더라도 금품‧향응 수수, 성 비위, 음주 운전에 해당하면 성과급을 줘선 안 된다고 규정했습니다.
국토위 피감 공공기관 28곳 전수조사
권익위는 해당 권고를 내리면서 조치 기한을 명시했습니다. 공공기관이 2021년 4월까지 사내 규정에 해당 권고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해당 권고를 공공기관이 잘 따르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우선적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피감 공공기관 28곳을 전수 조사한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해당 자료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서 수개월 동안 모았습니다. 강대식 의원실 김광연 비서관이 28개 기관으로부터 일일이 받아 취합했고, 조치 기한인 2021년 4월 이후 권익위 권고를 '이행'한 기관, '일부 이행'한 기관, '미이행'한 기관으로 분류했습니다.
절반 넘는 기관, '권익위 권고' 이행 미흡
국토위 피감 공공기관 28곳 가운데 6곳은 지금까지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징계를 받고도 성과급을 받은 직원이 있었습니다. 6개 기관은 권익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느냐는 질의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하나는 노조 반대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 지연입니다.
28곳 가운데 11곳은 권익위 권고를 일부만 이행하고 있었습니다. 권익위가 제시한 성과급 금지에 해당하는 6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일부만 따르는 곳들입니다. 이들 기관의 사례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11곳 가운데 일부 기관은 '개인 비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성과급을 제한했습니다. 가령 업무상 과실로 징계를 받게 되면, 중징계일지언정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11곳 가운데 또 다른 일부 기관은 징계 처분 기간만 한하여 성과급을 지급을 제한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직원 있다면, 해당 연도의 3개월을 뺀 9개월 치의 성과급은 받는 것입니다. 이 밖에 중징계자에게 내부 평가 성과급만 지급하지 않고, 기관의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경영성과급은 일괄 지급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권익위 "권고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
이처럼 일부만 이행하는 기관이 권익위 권고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권익위의 유권해석을 의뢰했습니다. 권익위는 이처럼 일부만 이행하는 기관들의 사례에 대해서 '권고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이라고 답했습니다. 어떠한 종류의 성과급이든 주지 않는 게 맞고, 해당 연도의 성과급 전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에서는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해 경영지침, 예산집행지침 등을 마련, 성과급 지급 대상 기간 중 중징계 처분 등을 받은 자에 대해서는 당해 연도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① "밥 먹고 싶으면 일을 잘해라"…폭언에 신입 직원 2명 퇴사
공공기관들이 권익위 권고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황당한 지급 사례가 생기거나 생길 예정입니다. 건설기계안전관리원은 성과급 지급 금지 권고를 행정 지연으로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는 기관입니다. 이 기관에서는 팀장 한 명이 올해 1월,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해당 징계 의결서를 보면 일부 직원에게 '일 잘하면 밥 먹겠지', '왜 밥을 못 먹는 줄 알아? 능력이 없어서 못 먹는 거야. 밥 먹고 싶어? 그럼 일을 잘해봐, 일을 잘하면 먹을 수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외부 노무법인은 직장 내 괴롬힘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해당 팀장은 성과급 금지 규정이 아직 기관에 없는 관계로 내년도 성과급 지급 대상에 해당합니다. 건설기계안전관리원은 성과급 금지 규정 마련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착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② 역사 내 환급기‧금고 등 훔쳐 사행성 불법게임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한 직원은 2021년 6월부터 7월 사이 1인 역사에 근무하면서 공금을 훔쳤습니다. 역사 내 설치된 보증금 환급기의 주화 수량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여서 무단으로 빼간 것입니다. 징계 의결서를 보면 이 직원은 돈으로 사행성 불법 게임을 하거나 개인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쓴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액수는 40만 원대로 크진 않지만, 공금을 훔친 것인 만큼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직원은 다음 연도에 성과급 170여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정직 3개월 처분을 제외한 나머지 9개월 치의 해당하는 성과급은 수령받아도 내부 규정상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권익위 권고 후에도 67명 성과급 수령, 71명 수령 예정
권익위 권고 조치 기한인 2021년 4월이 지나고, 2023년 5월까지 국토위 피감 공공기관에서만 1,032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322명은 권익위가 권고한 성과급 지금 권고 대상으로 확인됐습니다. 권고를 따르지 않거나 일부만 따르는 기관이 절반이 넘는 만큼 성과급 금지 대상자 322명 가운데 67명이 3억 5천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71명도 내년도에 성과급을 수령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토위 피감 공공기관 28곳에 한해서만 집계된 수치입니다. 다른 국회 상임위로 해당 조사를 확장해서 살펴보면 더 많은 징계 대상자가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 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28곳만 따져 봐도 이 정도인데, 흔히 공공기관이라고 불리는 공직유관단체가 전국에 1천2백 곳에 달합니다.
얼마 전 21대 마지막인 정기국회가 열렸습니다. 여야는 합의에 따라 다음 달에 국정감사도 진행합니다. 공공기관 방만 경영은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 소재인데, 이번 국회 때는 징계자 대상 성과급 지급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각 상임위가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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