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강국 인도, 일본에 손 내밀어...국제협력 설자리 좁은 한국

박정연 기자,박건희 기자 2023. 9. 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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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 구심점 될 우주항공청 설립은 지지부진
인도와 일본의 달 탐사 프로젝트 ‘루펙스(LUPEX)’에서 사용될 탐사 로버의 상상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제공

지난달 23일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와 우주개발 강국 중 하나인 일본의 협력이 본격화된다. 인도의 달 남극 착륙 성공을 계기로 2025년 탐사선을 보내 달에서 물을 찾는 공동임무가 추진된다. 인도와 일본이 우주 자원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찾아올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명 ‘우주개발 엘리트 클럽’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협력 소식이 속속 들려오면서 한국 우주항공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규모 자금과 첨단 기술력이 요구되는 우주개발에선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국내 연구진이 주도해 개발한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을 지난해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우주개발 경쟁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대규모 국제협력 사례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달 남극 착륙 성공한 인도, 일본과 협력 '고삐'

3일 우주항공계에 따르면 인도우주항공국(ISRO)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서 가져올 데이터를 공동 분석할 채비를 마쳤다. 달 남극에서 약 595km 떨어진 지점에 무사히 착륙한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는 달에 도착한지 약 1주일 만에 성과를 내고 있다. 달 표면에서 황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물론 알루미늄, 칼슘, 철, 크롬, 티타늄, 망간도 탐지했다. 달 남극에서 현장 탐사가 성공한 첫 사례다. 인도와 일본은 찬드라얀 3호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달에서 물을 찾는 ‘루펙스(LUPEX)’ 프로젝트에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루펙스 프로젝트에서 인도와 일본은 각자 특화된 우주개발 기술력을 합친다. 이번 찬드라얀 3호의 성공으로 착륙선 개발 역량을 입증한 인도는 착륙선을 만든다. 인도는 앞서 지난 2014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을 화성 궤도에 무사히 안착시키며 일찍이 ‘착륙선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은 착륙선을 우주로 데려다줄 발사체를 개발한다. 1966년부터 우주발사체 개발에 나선 일본은 1970년 자체개발한 발사체로 인공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JAXA가 개발한 일본의 차세대 우주발사체 ‘H3’는 지난 3월 2단 점화가 불발되면서 발사가 실패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함께 발사체 강국으로 꼽힌다.

우주 탐사에서 각국의 협력사례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한 해 우주개발 예산 규모가 가장 많은 상위 5개 국가에 포함되는 중국과 러시아는 달 기지 건설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25년 건설지를 결정하고 2035년 완공, 2036년부터 운영에 돌입하는 게 목표다. 달의 지형과 지질, 내부구조 등을 연구하는 시설‧장비와 달에서 우주와 지구를 관측하는 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 한국 단독 파트너 참여 대규모 우주개발 프로젝트 없어

현재 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우주개발 프로젝트로는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도 참여한다. 한국이 단독 파트너로 주도하는 국제 협력사례는 아니다.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이 미항공우주국(NASA)과 달 궤도 유인 우주 정거장 ‘게이트웨이’ 개발 분야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국내 한 우주개발 전문가는 "한미일 우주개발 3자동맹에서 한국의 입지가 가장 좁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협력체계 구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지금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우주개발 분야로는 핵연료 에너지를 활용해 추진력이 높은 우주발사체 개발 등이 꼽힌다. 탐사선에 탑재될 카메라나 모니터 장비 기술력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박종욱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과학연구본부장은 지난달 29일과 30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한국-인도 우주개발 워크숍'에서 "한국은 달 표면의 성분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기기 개발에 역량이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우주개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전폭적인 투자와 함께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구심점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연구기업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한해 우주개발 예산은 약 8981억원이다. 71조원을 투자하는 미국의 80분의 1 수준이며 일본의 예산 5조5000억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올해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19.1% 증가했지만 우주개발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형 NASA’를 표방하며 우주개발 연구를 주도할 우주항공청 설립도 표류하고 있다.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특별법은 4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재형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우주항공청은 민간과 정부산하 기관에 산재된 우주개발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빠른 설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박건희 기자 hesse@donga.com,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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