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내려준 주취자, 52분 뒤 도로 누워있다 버스에 깔려 사망
20대 남성이 새벽 도로 위에 누웠다가 버스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취 상태였던 이 남성은 사고 52분 전까지 경찰의 보호 조치를 받고 있었는데 귀가 중 변을 당했다. 유족 측은 경찰 조처가 미흡했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경관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4일 경기 오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오전 1시 59분 오산시 원동의 한 음식점에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술에 취한 손님이 가게에서 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만취 상태로 보이는 20대 남성 A씨가 잠들어 있었고 일행은 없었다.
A씨가 깨어나지 않자 경찰은 소방 당국에 공조 요청을 했다. 출동한 구급대원이 혈압 체크를 하며 몸을 흔들자 A씨가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깨어났다. 경찰이 A씨 주머니 속 신분증을 확인했는데 그의 주소지는 전북이었고, 단독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깨어난 A씨에게 거주지를 물었다. 그는 “오산역 부근에 살고 있고, 역에만 내려주면 알아서 가겠다”라고 답했다. 경찰은 오전 2시 28분쯤 오산역 인근에서 A씨를 내려줬다.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에는 하차한 A씨가 순찰차를 향해 2~3차례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경찰들은 A씨가 보행 신호에 맞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까지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정도면 본인이 스스로 귀가 능력이 있고, 의사 능력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았다. 귀가 능력이 있고 판단해서 하차를 시켜서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A씨는 곧바로 귀가하지 않았다. 오산역 환승센터로 연결되는 버스 전용 차로 인근을 배회하다가 돌연 차로 한복판에 누웠다. 그러다 오전 3시 20분쯤 고속버스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경찰 보호 조치가 마무리된지 52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버스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그는 도로 위에 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A씨 유족 측은 경찰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해야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는 주취자 등 구호 대상자에 대한 경찰관의 조치 의무를 규정해 두고 있다.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구호 대상자에게 보호 조치를 했을 때는 가족, 친지, 연고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연고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구호 대상자를 적당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즉시 인계해야 한다고도 규정한다. 경찰은 A씨 건에서는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은 그러나 A씨가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규정하는 ‘보호조치’ 대상자는 아니었다며 출동 경관들의 조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4조는 폭이 넓고, 경찰청 내부에 주취자에 대응하는 세부적인 매뉴얼이 있다”며 “현장 경찰관들은 A씨를 (구호 대상자가 아닌) 단순 주취자로 판단해 귀가 조치를 한 것이고, 이런 조치가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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