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결속 과시…北 ‘9·9절’ 열병식 중러 대표단 참석 ‘주목’
김정은 집권 후 1년에 세 차례 열병식은 처음 ‘이례적’
주북 러시아 대사 “러시아 참석·中은 높은 급 대표단”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오는 9일 북한의 9·9절(정권수립기념일) 75주년 기념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전망이다. 지난 7월27일 이른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70주년 기념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한 지 44일 만이다.
군 행사였던 지난 전승절 열병식과 달리 9·9절은 ‘정권수립’을 기념하는 ‘국가’적 행사인 만큼 중러에서 행사 성격에 상응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서를 주고받은 가운데 이례적으로 한 해에 세 차례의 열병식을 개최하는 북한이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응해 북중러 결속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폴이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년 전 기념일(2018년 9·9절)에 중국과 러시아에서 규모가 있는 대표단이 이곳(평양)에 왔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으로 인해 훨씬 줄어들 것이지만 러시아의 참가는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매우 높은 급의 대표단을 보낼 것 같다”고도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9·9절에 ‘민간무력 열병식’을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2월 건군절(조선인민군창건일)과 7월 전승절에 이어 9·9절까지 한 해에 세 차례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민간무력’은 정규군인 인민군이 아닌 비정규군 병력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동원해 국방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내부 결속을 다질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9·9절에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2013년 65주년, 2018년 70주년, 2021년 73주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북한은 지난 2021년 9·9절에도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개최했었다.
코로나19 이전에 개최된 2018년 9·9절 열병식에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 인사인 리잔수(栗戰書) 당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연방의회 상원의장을 파견했었다.
지난 7·27 북한 전승절에 중국은 리훙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을,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번 9·9절은 ‘국가 대 국가’ 외교의 성격을 지닌 행사이기 때문에 고위급을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화국 창설 기념일이기 때문에 ‘국가 대 국가’의 차원에서 중러가 국가수반을 대표로 하는 고위직 중에서 누구를 보내느냐에 따라 중요도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북중, 북러 간 밀착과 연대를 과시해 한미일을 압박하려는 분위기로 봤을 때 대표단의 급에 따라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최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한을 교환하는 등 북러 간 무기 거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며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쇼이구 장관 방북 이후 또 다른 러시아 관리들이 북러 간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한 후속 논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며 “이 협상에 이어서 고위급간 논의가 향후 수개월간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중러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기류 가운데 마체고라 대사는 중러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이 참여하는 방안에 긍정적으로 답하면서 “(한미일에 대한) 일부 공동 대응 조치는 매우 적절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아시아의 ‘파트너’들(한미일을 지칭)이 3국 간 연합훈련을 지속하면서 반중적이고 반북적인 메시지가 나오고 여기에 반러시아적 어조도 더해지고 있다”며 북중러가 한미일의 밀착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쇼이구 장관의 7월 방북 당시 북한에 연합훈련을 제의했다고 보고 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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