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습하면 충분히 늘어요”…‘팔굽혀펴기 정자세’ 연습에 분주한 여성 수험생들
여성 지원자 10명 중 7명 “팔굽혀펴기 걱정”
올초부터 노량진 체력학원은 만석
[헤럴드경제=박지영·김영철 기자] “‘한 개라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결국 노력하면 할 수 있었습니다.”(경찰 공무원 수험생 23세 이소희) 1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피니쉬 공무원 체력학원. 경찰 공무원 수험생 12명(남 9명, 여3명)이 모여 팔굽혀펴기 연습에 한창이다. 여기저기서 “으악” 기합을 넣는 소리가 들렸다. 남녀 모두 똑같은 자세다. 양손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발은 모은 상태에서, 팔은 직각, 몸은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 상체를 일직선으로 유지하고 있더라도 엉덩이가 내려가거나 팔이 일직선으로 구부러지는 게 아닌 양옆으로 퍼지면 개수가 깎인다.
오는 11일부터 치러지는 하반기 경찰공무원 순경 채용 체력 검사 시험부터는 남녀 모두 동일한 방식의 팔굽혀펴기 시험이 치러진다. 이날 만난 남녀 수험생들은 모두 “남녀 동일한 기준은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는 여성 지원자의 경우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이 허용됐다.
팔굽혀펴기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워하는 수강생들 가운데서도 이소희 씨는 1분에 해당 동작을 20개 가까이 반복하는 등 두드러진 실력을 보였다. 여성 지원자의 경우 1분에 31개 이상인 만점 기준에는 미달이지만, 이소희 씨는 “연습을 통해 충분히 반복 횟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근력이나 완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며 “팔굽혀펴기는 연습을 하면 실력이 향상될 수 있어서 동일한 기준으로 시험을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표세연(30·여)씨 역시 “여성과 남성 모두 자세나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자라고 못할 건 없다”고 했다.
남녀 차등 기준이 여성의 한계를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남성 지원자 김상구(27)씨 역시 “막상 팔굽혀펴기를 해보면 남성보다 더 잘하는 여성도 많았다”며 “남녀 기준을 다르게 했던 게 오히려 여성 지원자의 한계를 만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이에 대해 “한 명의 경찰관을 뽑는 시험이지 여경을 따로 뽑는 것은 아니다. 남녀 구분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범죄자와 대적하는데 필요한 체력을 검증하는 시험이기에 동일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11월 경찰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는 여성도 무릎을 바닥에서 떼고 팔굽혀펴기 시험을 보게 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2021년 11월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서 여성 경찰 등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자 경찰청은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채용 과정 개정을 검토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에 올해 초 상반기 순경 시험부터 여성 지원자들의 화두는 팔굽혀펴기였다. 규칙 개정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남녀 동일 자세의 팔굽혀펴기 시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여파로 노량진 일대의 공무원 체력학원에선 ‘팔굽혀펴기를 단 1개도 못한다’는 여성 지원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이혜현 피니쉬 공무원 체력학원 실장은 “팔굽혀펴기가 걱정돼 필기시험 6개월 전부터 학원을 등록하는 여성 지원자들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노량진 일대의 또 다른 체력학원 관계자 역시 “여성 지원자 10명 중 7명은 팔굽혀펴기와 관련한 문의를 넣고 있다. 하반기 순경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등록이 꽉 찬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남녀 동일 팔굽혀펴기는 3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오는 2026년부턴 순경 채용 시험이 종목식이 아닌 순환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장애물 코스 달리기, 장대 허들 넘기, 밀기‧당기기,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코스를 연속으로 수행해 제한 시간 내에 통과하면 합격하는 방식이다. 평가 기준선도 성별 차이 없이 동일해진다. 완주 시간이 4분 40초 이하인 경우 ‘우수’ 등급을, 5분 10초 이하인 경우 ‘보통’ 등급을, 5분 10초를 초과하면 ‘미흡’ 등급을 받는다. 현재는 종목은 같지만, 종목 당 평가기준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순환식 체력검사를 도입한다고 해서 여성 합격자 비율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 도입 당시 남녀 구분 없는 동일 기준으로 체력 검사 시험을 치르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남성에 합격자가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 이에 경찰은 ‘양성 평등 채용 목표제’를 함께 시행했다.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않도록 15% 비율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별과 상관없이 평등한 채용을 위해서 순환식 체력검사를 통해 남녀 통합 채용을 도입한 것”이라며 “만약 채용 목표인원 100명 중 90명이 남성, 10명이 여성일 경우 15%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채용 목표 인원 외 5명을 여성으로 더 뽑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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