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거 8명 영국행' 논란의 클린스만호 재출항, '유럽파 펄펄' 유럽 2연전 첫 승 '기회'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첫 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 유럽 원정에 나섰다.
주말 리그 경기를 마친 김영권 조현우 설영우 이동경 정승현(이상 울산 현대) 안현범 문선민(이상 전북 현대) 이순민(광주FC), K리거 8명은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9월 A매치가 펼쳐지는 영국으로 향했다. 전날 이기제(수원 삼성) 김준홍(김천 상무) 김주성(FC서울)과 차두리 코치, 이재홍 피지컬 코치는 먼저 결전지로 떠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손흥민(토트넘) 등은 현지에서 곧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유럽 및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 일부는 현지에 모여 훈련에 돌입했다. 황의조(노리치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승규(알샤밥)는 카디프시티에서 담금질에 나섰다.
2018년 3월 북아일랜드(1대2 패), 폴란드(2대3 패)전 이후 유럽 원정에서 5년6개월만의 A매치 2연전이 벌어진다. 한국은 한국시각으로 8일 오전 3시 45분 웨일스, 13일 오전 1시 30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선 경기를 벌인다. 웨일스전은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사우디아라비아전은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펼쳐진다. ]
클린스만 감독에게 중요한 2연전이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체제가 과연 2026년 북중미월드컵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상주'에서 시작된 논란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부상 선수 발탁, 유럽파 고집, K리거 홀대 등으로 이어지며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졌다. 그러나 이래도 저래도 결국 키는 클린스만 감독이 쥐고 있다. 매듭은 클린스만 감독만이 풀 수 있다.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첫 승이 필요하다. 반면 실패할 경우 더 험난한 파고가 기다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 콜롬비아(2대2 무), 우루과이(1대2 패), 6월 페루(0대1 패), 엘살바도르(1대1 무)를 상대했지만 2무2패를 기록했다. 역대 외국인 감독 가운데 4경기까지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사령탑은 클린스만이 유일하다. 그는 "두 번의 A매치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팬들이 즐거워 했을 거다. 그러나 결과도 가져와야 한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걸 안다. 그렇지 못해 아쉽다. 이번에는 그렇게 팀을 운영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웨일스와의 A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웨일스가 35위로 28위인 한국보다 7계단 아래다. 웨일스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64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서 1무2패를 기록,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적 스타 라이언 긱스, 가레스 베일이 활약했던 웨일스는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벤 데이비스와 아론 램지(카디프시티)가 주축이다.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 토트넘으로 이적한 브레넌 존슨도 포진해 있다. 손흥민은 존슨과 적으로 먼저 상대하게 됐다.
사우디는 FIFA 랭킹 54위로 한국에 이어 아시아 5위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를 2대1로 꺾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사우디와의 A매치 역대전적은 4승7무6패로 열세다. 사우디는 최근 로베르토 만치니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했다. 클린스만 감독에겐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운명의 유럽 원정 2연전'이다.
다행히 유럽파가 펄펄 날았다.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턴), 조규성(미트윌란) 등 해외파 선수들의 부상 소식도 연달아 날아들어 불안감이 더했지만, 지난 주말 경기에서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3일 번리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왼쪽 날개에서 최전방으로 위치를 옮긴 손흥민은 마수걸이골을 작렬했다. 손흥민은 전반 16분, 후반 18분, 후반 21분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하며 번리를 제압했다. 첫 골은 특유의 스프린트로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솔로몬과 침착하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를 흔들었다.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 2명을 '희롱'하는 그림같은 오른발 칩샷으로 골문을 갈랐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솔로몬의 패스를 받아 또 한번 골네트를 갈랐다. 3분 뒤에는 포로의 패스를 깔끔한 왼발슛으로 득점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허벅지 부상으로 주춤했던 황희찬 역시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헤딩 골을 터뜨렸다. 8일만에 전격적으로 부상 복귀에 성공한 황희찬은 이날 후반 15분 교체 투입, 그라운드를 밟은 지 5분 만에 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19일 브라이턴과의 2라운드에서 마수걸이 골을 기록한데 이어 다시 한 번 득점을 올렸다. 어깨로 득점을 기록한 황희찬은 4경기에서 2골을 올리며 빅리그 입성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벨기에 리그 홍현석(헨트)은 3일 클뤼프 브뤼헤전에서 2골을 몰아쳤으며 조규성도 4일 오르후스 전에서 덴마크 진출 이후 첫 도움을 기록했다. 8월 초 종아리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결장했던 오현규(셀틱)는 3일 레인저스와 '올드펌 더비'에 출전해 1달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괴물 수비수'로 불리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역시 3일 열린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경기에서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건재를 알렸다.
8월 말 허벅지 부상 때문에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이강인을 제외한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상승 곡선을 그리는 점은 웨일스전을 앞둔 클린스만 감독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유럽파 선수들이 비교적 짧은 이동 거리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점도 컨디션 관리에 용이한 부분이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모든 우려를 딛고 첫 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제 운명의 2연전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부진할 경우,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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