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제주 가을 여행, 여기 어때?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제주에도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9월에 들어서니 아침 공기부터가 달라지는데요. 이제 슬슬 제주의 가을 여행을 준비해야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제주에서 가을에 즐기기 좋은 여행 콘텐츠를 준비해보았습니다.
먼저 제주 숲길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노르딕워킹과 사운드워킹을 소개합니다. 제주 삼다수의 수원지이며 숨 쉬는 생명의 땅 곶자왈을 품고 있는 마을 교래리로 가볼까요? 교래리 마을을 품고 있는 삼다수숲길에서 음이온을 가득 느끼며 걸어보는 노르딕워킹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노르딕워킹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의 하계 훈련을 위해 북유럽에서 시작된 걷기 운동법이죠. 폴을 사용하는 사족보행 방식의 걷기 방법으로 자세 교정과 관절 및 척추 질환에 효과적인 건강 워킹법으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교래리 마을에서는 숲속 명상과 요가, 노르딕워킹 및 천미천 하천 트레킹 프로그램 등 마을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여행하는 '카름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꼭 메모해두세요.(문의 : 교래삼다수마을협동조합 064-782-2022)
사운드 워킹은 생태 소리를 통해 감각을 깨우는 트레킹 프로그램입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소형 녹음기를 손에 든 채 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며 걷는 것인데요. 사운드 워킹은 제주의 다양한 식생을 알아갈 수 있는 '화순 곶자왈'과 '저지오름'에서 진행됩니다. (문의 : 슬리핑라이언 010-6350-0032)
다음은 제주 가을을 하얗게 물들이는 메밀밭으로 가보겠습니다. 가을 햇볕을 듬뿍 받고 흐드러지게 핀 새하얀 메밀꽃이 제주 들판을 가득 채우는 시기가 되면 소박하고 소담스러운 꽃들이 부드럽게 펼쳐진 하얀 물결은 기분 좋은 청량감을 전해줍니다. 메밀밭은 제주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특별히 오라동 메밀꽃밭과 와흘 메밀꽃밭, 보롬왓은 규모가 크고 풍경이 참 좋습니다. 메밀은 돌 많고 바람 거센 척박한 땅 제주에 더없이 좋은 작물이었습니다. 예부터 제주의 구황작물들이 흉년이 들 때면 메밀을 주식으로 사용하였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지금도 제주에서는 메밀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제주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빙떡부터 메밀조배기, 메밀묵과 몸국, 육개장, 접짝뼈국 등 탕국에도 메밀가루를 풀어 넣습니다. 가을에는 제주의 메밀꽃밭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제철 음식을 같이 즐겨보며 가을의 맛과 멋에 취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하며 로컬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제주 가을축제'도 소개해드릴게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열리는 이 오는 10월 3일부터 8일까지 개최됩니다. 한라산부터 바다 위 웅장한 성산일출봉과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거문오름 용암동굴까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제주의 소중한 유산들을 이번 가을에 꼭 만나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도 제주의 민속, 신화, 역사, 생활을 담은 제주 대표 축제 '탐라문화제'가 '제주할망'을 주제로 개최됩니다.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는 삼성혈 탐라개벽신위제를 시작으로 산지천, 탐라문화광장 등 제주도 일원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서귀포를 대표하는 '칠십리축제'도 새롭게 변화된다고 하는데요. 제주 남쪽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흥에 취해 보고 싶다면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제주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귀포칠십리축제 현장으로 꼭 떠나보세요.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을 더 즐겁게 걷고 싶은 분들은요.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올레걷기축제'를 추천합니다. 사전 참가신청은 올래패스 앱으로만 접수 가능하고요. 행사 당일 각 코스 시작점 등록 부스에서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이번에는 풍광을 담은 건축, 바람의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 미술관'으로 가을 산책을 떠나볼까요? 제주의 풍광을 담아낸 바람의 건축가로 잘 알려진 유동룡(이타미 준). 생의 후반에는 일본보다 제주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제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주의 풍토를 반영한 독자적인 건축 작품을 만들어 내었죠. 유동룡의 제주도 대표 건축물로는 2000년대 초반 지어진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미술관, 두손미술관 등이 있는데요. 일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사전예약을 통해서 만 방문이 가능합니다.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위치한 유동룡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영감을 받고 조용히 사유하며 즐기는 공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2층 전시실에서는 듣는 전시를 경험할 수 있게 오디오 도슨트를 마련되어 있고요. 음악가 양방언이 기획한 피아노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작품을 읽어주듯 소개하는 오디오 도슨트를 통해 전시 작품을 소개합니다. 잊지 말고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가을 한라산도 빠질 수 없는 코스이겠죠. 한라산 등반코스는 영실, 어리목,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5개 코스로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길은 관음사와 성판악 두 곳입니다. 가을만큼은 가는 길이 고되지만 완만한 성판악 코스보다는 자연이 주는 경이로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관음사 코스를 추천합니다. 만약 한라산 산행이 처음이라면 처음부터 욕심내어 정상까지 오르기보단 계절의 변화에 따른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실과 어리목 코스를 추천하고요.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함께 한라산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제주 가을의 절정을 알리는 일렁이는 은빛 물결 '제주 억새밭'입니다. 억새밭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노란색으로 붉은색으로 다양한 빛깔을 뽐냅니다. 제주의 들녘이나 산에서 자라는 억새는 제주의 오름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제주 서쪽 새별오름과 애월읍 어음리는 제주에서 규모가 큰 억새 군락지입니다. 해 질 녘 주홍빛 노을에 반사돼 반짝이는 억새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도 한데요.
제주 동쪽 억새 명소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성읍저수지가 있습니다. 넓은 저수지에 펼쳐진 억새 평원이 거친 유채화를 보는 듯 황홀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주변 소음이 거의 없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억새 물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면서 주변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산책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제격입니다. 이 외에도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갑마장길, 가을 낭만 가득한 금백조로 드라이브 코스, 해안 산책길 숨은 억새 명소 닭머르 해안길, 산굼부리, 동쪽 대표 오름 따라비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을 추천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다시 찾아온 가을을 맞아 지친 몸과 마음을 제주에서 재충전하면 어떨까요? 한라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탁 트인 공간에서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며 제주의 자연을 마음껏 즐기면서 말이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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