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입은 비올레타…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변신

박주연 기자 2023. 9. 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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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대표 레파토리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린다.

베르디의 첫 번째 로맨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길 잃은 여인'이라는 뜻으로 코르티잔(부유층을 상대하는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리 사교계의 꽃이었던 비올레타는 파티장에서 젊은 귀족인 알프레도를 만난다. 그녀는 폐병을 앓고 있었고 향락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그의 순수한 사랑 고백에 주저하지만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된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비올레타를 찾아와 헤어짐을 강요하고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이별을 택한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배신당했다 오해해 그녀를 모욕한다. 뒤늦게 제르몽으로부터 이별의 전말을 알게 된 알프레도는 그녀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지만 이미 비올레타의 병은 깊어져 있었다.

베르디가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오페라는 주로 역사·신화적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베르디는 이 흐름을 깨고 당대를 배경으로 내세운 '라 트라비아타'를 작곡한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 당시 귀족들의 위선과 향락적 문화, 황금만능주의 등을 꼬집고 코르티잔의 사랑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이번 공연은 새로운 해석, 새로운 연출로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를 꾸준히 관람해온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실적 요소들을 반영하고자 했던 베르디의 의도에 충실해 의상과 무대 등에서 현실성을 강조했다.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의상디자인.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가죽자켓에 청바지를 입은 비올레타가 1막에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알프레도 역시 깔끔한 현대식 수트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다. 플로라는 화려한 호피 무늬의 의상을 입는다. 하지만 각종 드레스와 모던한 무대디자인을 통해 '라 트라비아타'가 가지는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무대는 펜트하우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꾸며진다. 피아노만 놓여진 무대를 통해 비올레타의 삶과 정체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인물들이 비올레타의 공간에 들어오면서 현실의 고통과 혼돈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번 공연에는 어린 소녀도 등장한다. 비올레타의 어린 시절이자 순수한 사랑을 상징한다.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피아노, 그 뒤로 보여지는 영상, 어린 소녀 등을 통해 비올레타의 변화하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며 "'잃어버린 길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비올레타의 노래를 통해 무대를 채우게 된다"고 전했다.

소프라노 박소영, 윤상아가 비올레타를, 테너 김효종과 김경호가 알프레도역을 각각 맡는다.

박소영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코미쉐 오퍼 등에서 '마술피리' 밤의 여왕 역으로 열연을 펼쳐 주목받았다. 윤상아는 아를콩쿠르, 스페인 레스코르츠콩쿠르 등 국내외 유수의 콩쿠르를 휩쓸고 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 '라 보엠'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며 호평받았다.

김효종은 독일 브레멘 극장 전속 성악가로 활약하며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 '윌리엄 텔'에서 아르놀드 역을 맡았다. 테너 김경호는 독일 라이프치히 극장 전속 성악가로, 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 등 유럽극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번 무대를 통해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과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마농', '호프만의 이야기'에 이어 세 번째 인연을 맺는다.

연뱅상 부사르는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은 섬세한 표현력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을 이끌 예정이다.

이번 프로덕션을 위해 랑 레싱은 '라 트라비아타'의 단순한 해석을 경계하고 작품의 근원에 대해 고민했다. 베르디가 강조하고자 했던 음악과 텍스트 속의 의도를 드러내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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