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사전] 中 부동산이 기름 부은 '차이나 엑소더스'
중국 증시 대규모 자금 유출
내국인 투자 주춤하고 있어
특수법인 LGFV
지방정부 토지사용권 담보로
받은 대출 리스크로 떠올라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뇌관
부동산 불황에 증시도 악재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대탈출'을 뜻한다. 경제학에선 시장에서 대량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현상을 가리켜 엑소더스라고 한다.
최근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차이나 엑소더스'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언론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 11~23일 13일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에서 110억 달러(약 14조6000억원)의 투자금을 빼냈다. 2016년 이후 가장 긴 자금 유출 기간이다.
그렇다고 내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 상하이거래소 및 선전거래소에 상장한 A주(중국 내 시민들만 거래할 수 있는 종목) 중 대형주 300종목을 골라 구성한 CSI300 지수는 8월 23일 3696.63까지 떨어지며 9개월(2022년 10월 31일ㆍ3508.70)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의 투자 심리가 꺾인 주요 원인으론 부동산 불황이 꼽힌다. 중국 부동산 경기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ㆍLGFV)다.
LGFV는 지방정부의 자산(토지사용권)을 담보로 부동산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조달하는 특수법인이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LGFV를 통해 기업에 토지사용권을 판매한 다음, 거기서 얻은 자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각종 인프라에 투자해 왔다.
쉽게 말해, 지방정부의 자산을 담보로 부동산 기업→LGFV→지방정부로 자금이 흐르고 있다는 거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중국에는 2800개 이상의 LGFV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023년 6월 기준).
문제는 경기 둔화, 지방정부 수입 감소, 자금조달비용 상승이란 악재가 겹치면서 LGFV의 채무능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점이다.
중국의 증권업체 화안증권이 상하이 상업어음거래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만기가 1년 미만인 기업어음을 연체한 LGFV는 8월 6일 기준 총 48개로 6월(29개)보다 65.5% 늘어났다. 같은 기간 LGFV가 부동산 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금액도 7억8000만 위안(약 1417억원)에서 18억6000만 위안(약 3379억원)으로 2.4배 증가했다.
LGFV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LGFV에 돈을 빌려준 부동산 기업들의 재무 상황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완다, 비구이위안이 부채 리스크에 연이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경환 경성대(중국학) 교수는 "부동산 기업들이 중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더욱이 부동산이 가계자산의 60%에 육박하는 중국의 특성상 부동산에 자금이 묶여 있는 가계가 주식에 투자할 여력도 없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불황은 곧 증시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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