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능률이라더니, 헤드셋 보니 고깝다… 후배보며 뒷목잡는 ‘젊꼰’

안진용 기자 2023. 9. 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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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MZ도 꼰대가 된다… SNL 시즌4
에어팟 끼던 ‘맑눈광’ 김아영
헤드셋 목에 건 후배에 훈계
MZ끼리도 ‘서열 발생’ 풍자
“특정세대 과한 희화화” 지적도
항상 웃는 얼굴로 토를 다는 MZ세대 윤가이(왼쪽). 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거리하는 MZ세대 김아영(오른쪽).

MZ세대 1 : (MZ2에게) PPT 언제 말했는데, 빨리 해줘야지.

MZ세대 2 : 아 잠시만요. (MZ3를 향해) PPT 자료 좀 주시겠습니까?

MZ세대 3 : 아∼ 그거 지금 안 돼요. 어제 오후에 시키신 일이라 상식적으로 지금은 완성하기가 힘듭니다. 원하시면 드릴 수는 있는데 완성도가 좀 떨어지고, 제 자료 퀄리티가 좀 없어 보여서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초에 선배님께서 저한테 마감 기한을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다만.

‘인턴기자’로 활약하던 주현영은 개성 강한 후배들에 치이며 ‘젊은 꼰대’로 전락한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리즈의 인기 코너 ‘MZ 오피스’ 속 풍경이다. 개성과 자기 주관 강한 MZ세대들이 즐비한 사무실의 모습을 그리며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시즌4에 접어든 ‘SNL 코리아’는 MZ도 나이 먹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선배에게 ‘따박따박’ 말대답하던 MZ세대도 더 어린 후배의 되바라진 말투와 표정에 뒷목을 잡는다. 이 시리즈에서 ‘인턴 기자’로 활약하던 주현영이 잇따라 후배를 맞으며 벌어지는 관계 전복을 통해 ‘개성’으로 포장된 비뚤어진 신세대들의 사회생활을 풍자하는 동시에 웃음을 안긴다.

‘인턴 기자’에서 어설픔을 억지 자신감으로 포장하려던 주현영은 ‘MZ 오피스’에서는 꼰대가 된다. 회사에서 브이로그(개인 일상 동영상)를 찍을 정도로 자유분방하지만, 후배 김아영이 에어팟(이어폰)을 끼고 근무하는 모습은 고깝게 본다. 그러면서 “후배 관리도 일종의 업무이기도 해요. (김)아영 씨 이제 막내 아니잖아. 내가 말 안 해줘도 깨우쳐야 될 거 같아”라고 충고하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 역시 후배 앞에서 괜한 권위를 세우려는 ‘젊은 꼰대’에 지나지 않는다.

에어팟을 빼라는 선배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걸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오르는 편”이라고 말해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아영도 ‘너 같은 후배’를 만난다. 이번 시즌에 ‘MZ 오피스’에 새로 투입된 윤가이다. 그는 최신 유행하는 커다란 헤드폰, 에어팟 맥스를 항상 목에 걸고 있다. 에어팟 착용으로 지적받던 김아영이 후배에게 에어팟 맥스를 빼라고 훈육하는 모습은 역설적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사에게 윤가이는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단지 패션 능률 때문인데 안 되나요?”라고 되묻는다. 상사가 지지 않고 “그걸 낀다고 업무 능률이 올라가진 않잖아요?”라고 꼬집자, 윤가이는 과장의 귀에 걸린 귀걸이를 바라보며 “그럼 과장님의 그 화려한 귀걸이는 업무 능률을 올려주나요? 진짜 궁금해서요”라고 재차 묻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배는 선배가 되고,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아무리 MZ세대라 할지라도 그들 사이에 서열이 생기고 또 다른 상하 관계 속에서 갈등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 ‘MZ 오피스’는 자율성과 개성을 강조하던 MZ세대들도 결국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적절히 풍자해 공감을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MZ세대에 대한 희화라는 지적도 있다. 김아영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무지출 챌린지’를 한다며 회사 탕비실 물품을 가져갔고, 윤가이는 한술 더 떠 “아침에 먹으려 한다”며 법인카드로 회식할 때 음식을 포장한다. 회사에 레인부츠를 신고 출근하고, 회사에 대한 험담을 익명 게시판에 올린 후 이를 자랑한다. 이런 설정을 두고 “실제 저렇게 행동하는 MZ세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댓글 반응도 적잖다.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일부 무례한 MZ세대도 있지만, 대다수는 룰을 지킨다는 주장이다.

하 평론가는 “매체를 통해 이런 모습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MZ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재미를 위해 캐릭터의 특성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특정 집단에 대한 대표성을 띤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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