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하자”…미국-베트남 관계 최고 수준으로 격상

조 바이든 대통령 10일 베트남 방문
양국 관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미, 대중 의존도 줄여 공급망 다각화

지난해 11월 12일 캄보이다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미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반세기 전 전쟁의 악연으로 얽힌 두 나라가 손을 맞잡는데는 중국에 맞서 경제·안보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안에 정통한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와 베트남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할 때 해당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트남은 조약 동맹국이 없는 대신 다른 나라와 파트너십 형태의 양자 관계를 맺고 있다.

단계적으로 ‘포괄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등 3가지 형태의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한국과 인도, 러시아, 중국 등 4개국뿐이다.

베트남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베트남이 양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는 데 통상 수 년이 걸리지만, 이번에 한꺼번에 두 단계를 격상시켜 미국과 최고 수준의 양자 관계를 맺기로 한 것이다.

WP는 “중국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시기에 과거 (전쟁을 한)적대국이었던 두 국가가 가까워지는 것”이라며 중국에 맞서 경제 및 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이번 관계 격상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관계 격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제안했으며 수개월 간 설득 잡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WP는 베트남 역시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균형추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격상은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베트남은 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양국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반도체 생산과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베트남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방 및 안보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모함의 베트남 입항, 합동군사훈련, 무기 판매 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앞서 베트남은 무기 수입처 등을 다변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베트남은 현재 러시아산 무기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다만 이번 관계 격상이 공식적인 국방 동맹을 위한 발판 수준은 아니라고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고리 폴링도 “베트남이 미국 편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것은 베트남이 두 강대국(미중)의 균형을 유지해 자국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