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태양이 잃어버린 9번 공은 어디에?
日연구진 “카이퍼 벨트에 영향 주는 행성 있다”
2016년 美칼텍 연구진은 그보다 먼 곳 제시
정황 증거만 제시. 태양계 바깥에 존재할 수도
과학자들이 아직 찾지 못한 9번 공은 어디에 있을까. 태양계 9번째 행성(行星)이 해왕성 너머 소행성(小行星)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행성은 지금까지 나온 9번째 행성 후보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발견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기대도 나왔다.
일본 국립천문대의 이토 타카시(Ito Takashi) 박사와 긴키대의 패트릭 소피아 리카우카(Patryk Sofia Lykawka)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25일 국제 학술지 ‘천문학 저널’에 “해왕성 너머 소행성 무리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행성대 안에 있는 미지의 행성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태양계에서 명왕성을 대신할 9번째 행성을 추적해왔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발산하지 않고 태양 같은 별(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를 말한다. 태양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8개의 행성이 공인된 상태다. 태양계의 끝자락에 있는 명왕성은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행성(矮行星)으로 강등됐다. 모양이 길쭉한 데다 행성처럼 태양을 돌면서도, 다른 행성 등의 영향을 받아 궤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일본 연구진은 새로운 행성이 해왕성 궤도 너머로 뻗어 있는 도넛 모양의 천체 고리인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왕성 너머에는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던 당시에 행성으로 커지지 못한 작은 천체와 얼음 알갱이들이 구름처럼 퍼져 있다. 바로 소행성들이다. 소행성은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로 도는 작은 천체로, 돌과 함께 결정을 이루지 않는 비정질 탄소, 물과 메탄 성분의 휘발성 얼음 등이 섞여 있다고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인한 ‘카이퍼 벨트 행성(Kuiper Belt Planet, KBP)’이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1AU)보다 200~500배 거리에 있지만, 그동안 생각했던 9번째 행성보다는 더 가깝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연구진은 9번째 행성이 200~1000AU 거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해왕성은 태양에서 평균 30AU 떨어져 있다. 명왕성은 40AU이다. 이토 박사 연구진은 KBP는 지구의 1.5~3배 크기지만, 생명체가 살기엔 온도가 너무 낮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카이퍼 벨트 소행성들의 궤도를 분석해 태양계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소행성 중 일부가 그보다 더 큰 천체가 미치는 중력 때문에 궤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카이퍼 벨트에는 태양을 공전할 때 경사도가 높은 소행성들도 있었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카이퍼 벨트 행성이 이러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카이퍼 벨트에는 해왕성의 중력 영향을 벗어난 궤도를 갖고, 공전 궤도가 특이하면서도 크게 기울어져 있는 천체들이 있다”며 “우리는 태양계 바깥에서 다른 행성과 달리 경사진 궤도로 돌고 있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카이퍼 벨트에서 관측된 세 가지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명왕성 퇴출 이후 9번째 행성 추적
태양계에 명왕성이 아닌 다른 9번째 행성이 있다는 주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연구진이 처음 제기했다.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6년 천문학 저널에 “명왕성보다 먼 곳에 지구보다 질량이 10배 큰 새로운 행성이 있다는 유력한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브라운 교수는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천문학자이다. 그는 2005년 카이퍼 벨트에서 명왕성보다 큰 왜행성 에리스를 발견했다. 이로 인해 이듬해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강등됐다.
브라운 교수도 당시 태양계 9번째 행성을 직접 관측하지는 못했다. 대신 카이퍼 벨트에서 태양을 도는 6개 천체의 공전 궤도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태양에 가까워지면 한 점을 중심으로 모였다가 태양에서 멀어지면 제각각 흩어졌다. 브라운 교수는 “명왕성 너머에 있는 미지의 행성에서 나오는 중력에 이끌려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텍 연구진은 새로운 행성에 ‘행성 9(Planet Nine)’란 별명을 붙였다. 행성 9는 태양을 한 번 도는 데 1만~2만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행성 9는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는 320억㎞, 가장 멀 때는 1600억㎞ 떨어져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번에 일본 연구진이 주장한 행성은 그보다 가까울 수 있어 발견될 가능성도 크다는 기대가 나왔다.
문제는 지금까지 9번째 행성의 존재에 대한 정황 증거만 제시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9번째 행성이 있다면 태양계 내부가 아니라 외곽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천문학 저널에 9번째 행성이 처음에는 태양계 내부에서 형성됐지만 이후 목성에 밀려 쫓겨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9번째 행성을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2월 홍콩 교육대의 찬만호(Chan Man ho) 교수는 9번째 행성이 20개의 뜨거운 위성에 둘러싸여 있다고 주장했다. 위성들을 찾으면 거꾸로 중심의 9번째 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참고 자료
The Astronomical Journal(2023), DOI: https://doi.org/10.3847/1538-3881/aceaf0
The Astrophysical Journal(2023), DOI: https://doi.org/10.3847/1538-4357/acb5a1
The Astronomical Journal(2023), DOI: https://doi.org/10.3847/1538-3881/abc012
The Astronomical Journal(2016), DOI: https://doi.org/10.3847/0004-6256/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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