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평양에서 또다시 뭉치는 북중러 [특파원 리포트]
밀착 중인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반영하듯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대사도 바빠졌습니다.
러시아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지난달부터 3번의 인터뷰를 통해 북-러 관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밝혔습니다.
앞서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이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 봉쇄를 유지하고 있던 5월 인터뷰에서 "고위급 상호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전격 방북했습니다.
또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노선도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대로 8월 북-러 간 하늘길도 3년여 만에 열렸습니다.
마체고라 대사의 이번 인터뷰도 주목해볼 만한 이유입니다.
■ "북한은 9·9절 대규모 행사 준비 중....러시아 ·중국 대표단 파견할 것"
오는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기념일입니다. 올해 75주년을 맞아 민간 무력 열병식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2일 공개된 러시아 국영 매체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념일 준비에 한창인 평양의 분위기를 전하며 중국과 러시아 모두 대표단을 파견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준비 규모를 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이 크게 기념될 것입니다. 지난 며칠간 젊은이들의 대규모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양에는 기념 장식이 설치됐습니다.
중국은 매우 고위급의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러시아 대표단의 참석이 상당히 중요하고 거창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5년 전 러시아는 상원의장인 발렌티나 마트비옌코를, 중국은 공산당 서열 3위이자 우리의 국회의장 격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을 파견했습니다.
지난 7월 북한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이어 40여 일 만에 또다시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의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 북·중·러 연합 훈련 현실화될까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중국의 연합 군사훈련에 북한이 참여하는 것도 "상당히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 훈련에 북한을 참여시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는데요.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6월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7월에는 연합 해상 훈련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6차례 합동훈련을 실시했는데 20년 만에 가장 많은 횟수였습니다.
"그런 계획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과 아시아의 파트너들 (한미일)이 지속적으로 양자, 최근에는 3국 해상 ·공중 훈련을 하는 상황에서 공동 대응 조치의 필요성은 상당히 적절해 보입니다. 특히 '캠프 데이비드 모임' 이후에는요.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쇼이구 장관이 지난 7월 방북했을 당시 북러 간 큰 틀의 군사협력 방안에 합의했고 러시아가 북한에 연합훈련을 제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모스크바와 평양, 우주 협력에 좋은 기회 있어"
북한은 올해 들어 두 차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습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는 최근 '세계최초 달 남극 착륙'에 도전한 데 이어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사르마트(SARMAT)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양국의 우주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다른 주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주 연구에 참여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우주 프로그램에는 군사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리될 수 없습니다.
미국, 한국 및 기타 여러 국가에는 북한 상공을 지속적으로 "맴돌며" 감시하는 정찰 위성이 있습니다.
모스크바와 평양은 우주 탐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와 전망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현될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입니다."
■ "조만간 러시아-북한 지도자들의 새로운 회담 열릴 것"
마체고라 대사는 현재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정치적 관계가 상승 추세에 있다고 했는데, 국제무대에서도 편들기는 확실히 드러납니다.
지난달 23일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북한의 공정한 접근 방식은 깊은 존경과 감사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 치러진 '러시아연방 합병 주민투표' 결과도 지지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만 14차례 실시하는 등 도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달 17일 RTVI와의 인터뷰에서 "한미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오류를 인정하고 포기해야 한반도 정세가 호전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크렘린궁은 올 가을 푸틴 대통령이 해외 순방 '계획들'이 있다며 '복수' 명사를 사용했는데 푸틴 대통령이 오는 10월 중국 '일대일로 포럼' 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후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2000년이 마지막이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20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났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답방에 대한 기대를 보였는데요. 이번 9.9절 행사에 참석하는 러시아측 인사를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것으로 예상됩니다.
"조만간 양국 지도자들의 새로운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2019년 4월 이후 동북아는 물론 세계 전체의 지정학적 상황이 매우 심각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양국 정상은 이야기할 일이 많고, 합의할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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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빛나 기자 (hym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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