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는 독립기념관에" vs "1cm도 옮기지 마라"...별들의 전쟁

박상곤 기자, 김지훈 기자 2023. 9. 4. 08: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인의 지정석]② 軍 장성 출신 여야 의원 입장
[편집자주]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초인은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 민족의 구원자로 등장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 등 역사의 질곡 속에서 조명 받았던 민족의 구원자는 누구였는지, 역사적 평가에서 이들의 위치가 영구불변할 것인지 논란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는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문재인 정권 사드 정상화 방해 진실 규명 촉구' 국민의힘 국방위원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여부를 두고 군 장성 출신의 두 여야 의원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을 두고 양 진영이 대립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역사 문제를 과도하게 정치 쟁점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3성 장군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 "지극히 합리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육사는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탄생해서 6.25 전쟁 이후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호국 간성'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며 "박물관이나 독립기념관이 아니다. 육사에 흉상을 놓는 것이라면 육사를 상징할 수 있는 분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장군이 독립운동을 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련 공산당에 가입해 군복을 받고 그 모습을 한 흉상이 (육사에) 들어갔다는 것이 문제다. 독립투사로서 하신 역할이 있으니 독립기념관으로 모시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가칭 '명예의 전당'을 조성해 육사 졸업생 중 6.25 전쟁과 북한 군사도발 등 과정에서 전사 및 순직한 분, 희생정신을 발휘하신 분들의 명패를 제작해 생도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을 설치 △흉상이나 동상 설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정해 놓을 것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기념물을) 설치하는 최종 선정과정에서는 반드시 육사 총동창회와 육사 현역 장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래야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겪는 소모적인 논쟁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오전 서울 노원구 육사 정문 앞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위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 철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육사를 정쟁으로 몰아넣지 말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동상을 1㎝라도 옮기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립 영웅 흉상을) 철거한다면 명백한 역사 지우기다. 학교장과 관련자들에게 민주당의 명확한 뜻은 백지화라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은 진보·보수 정권을 불문하고 항일투쟁의 대명사이며 독립전쟁 영웅으로 인정받았다"며 "일본에 대한 굴종 외교를 반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행보에 우리 항일 독립투사들이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육사에 철거해야 할 대상은 우리 독립 영웅들이 아니라 육사를 정치논쟁에 휘말리게 한 정치군인들"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반역사적, 반국가적, 반국민적, 반헌법적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육사는 지난 8월31일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육사 교내 충무관 입구에 설치돼있던 홍 장군의 흉상에 대한 이전이 추진된다. 군 당국은 홍 장군의 흉상을 충남 아산 소재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장군과 함께 문재인 정부 때 충무관 앞에 나란히 설치된 지청천, 이범석, 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옮겨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홍 장군과 정율성 기념공원 설립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전혀 생산적이지 않고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지적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상황을 볼 때 다들 자기 이념의 구현을 위해 역사를 도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최근 흉상 이전으로 불거진 논란에 경계론을 제기했다.

오 교수는 "현재 홍 장군을 둘러싼 논란도 여러 연구에서 밝히는 사실들은 하나도 언급되지 않고 '소련 공산당에 들어갔느냐 마느냐', '공산주의자냐 아니냐', '육사가 기념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매우 단편적으로만 본다"며 "모두를 피곤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역사 자체를 왜곡하는 결과를 만드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범도 흉상 논란으로 촉발된 논란에 대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영웅과 관련한 문화가 조금 약했고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사실 영웅 얘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미국은 영웅 문화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홍범도 흉상 철거 관련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과 면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김병주 의원,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우원식 의원, 이종걸 전 의원, 기동민 의원. 2023.09.01.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