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깎았는데도…올해 세수 추계 틀려서 ‘뜬금’ 증가한 내년도 재량지출 비중

이창준 기자 2023. 9.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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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에 앞서 김동일 예산실장(왼쪽)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정책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지출 항목인 재량지출의 비중이 내년 예산안에서 3년만에 다시 늘게 된다. 정부가 올해 세수 감소를 미리 예측하지 못하면서 내년 세입 예산이 올해에 비해 큰 폭 감소하게 돼 또 다른 지출 항목인 의무지출 비중이 큰 폭 감소하게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예산안의 재량 지출 비중은 47.0%로 올해에 비해 0.3%포인트 올랐다. 정부 예산안 기준 재량 지출 비중이 오른 것은 2021년(51.9%) 이후 3년 만이다.

재량 지출은 사회간접자본이나 연구개발 지출 등 정부가 정책 기조에 따라 지출 규모를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 지출 항목이다. 연금이나 건강보험, 사회보장지출 등 법령에 따라 지출 규모가 경직적으로 정해지는 의무 지출과 대비된다.

고령화 및 성장률 하락 추세가 계속되면서 최근 예산안에서는 의무 지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2.8%)도 2005년 이후 가장 낮게 설정되면서 의무 지출이 큰 폭 줄게 됐고 반대로 재량 지출이 비중은 늘어나게 된 것이다.

특히 정부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올해 수십조의 세금이 덜 걷히는 것이 사실상 확실해졌는데, 악화한 세입 환경의 영향이 올해 세수 추계 당시에는 반영되지 않고 내년 추계에만 반영되면서 내년도 의무 지출이 올해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의무 지출 중 하나인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은 내국세 수입과 기계적으로 연동돼 자동으로 배분된다. 이 때문에 이 항목의 지출 규모는 총지출 증가율이 아닌 세입 예산안의 내국세 세수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 내년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예산은 135조7000억원으로 설정됐는데 이는 올해 예산(151조원)보다 15조3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내국세 세수 예산 감소율(10.1%)과 동일하다.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예산은 의무 지출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국세 수입 전망에 따라 의무 지출 및 재량 지출 비중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올해 국세 세입 예산은 400조5000억원, 내년 세입 예산은 367조4000억원으로 1년새 세입 예산이 33조원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내년 의무 지출 증가율(2.2%)은 총지출 증가율(2.8%)을 밑돌았지만 재량 지출 증가율(3.5%)은 총지출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한편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2020년과 2021년 예산안의 재량 지출 비중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그때는 총지출이 9% 내외로 큰 폭 증가한 영향으로 재량 지출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 총량이 큰 폭으로 늘어도 의무 지출은 법령으로 지출 규모를 정해놓은 까닭에 정부가 단기에 임의로 크게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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