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일본도 관심… 그래도 페디는 한국에 진심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재미있을 것”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에릭 페디(30‧NC)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일 뿐만 아니라,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외국인 투수로서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이미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두는 등 3일 현재 23경기에서 16승6패 평균자책점 2.39의 대활약을 펼쳤다.
그냥 기록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선수가 리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페디가 던지는 스위퍼는 KBO리그 많은 선수들이 관심을 갖는다. 강력한 투심패스트볼 등 변형 패스트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어린 투수들에게 좋은 교본이다. 마치 선진문물 ‘전도사’와 같은 기분이다. 단순히 기록 이상의 울림으로 남을 선수인 이유다.
그런 페디는 올 시즌 뒤 KBO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이 페디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경기마다 3~5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항상 페디를 따라다닌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예전에 미국과 일본으로 간 선수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페디처럼 많은 구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행동을 개시한 사례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일본은 몰라도, 미국은 이미 페디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6시즌을 뛰며 102경기(선발 88경기)에 나간 선수다. 통산 451⅓이닝을 소화했다. 당장 작년까지만 해도 워싱턴의 선발 일원으로 뛰며 27경기에서 127이닝을 던졌다. 성공을 판단할 데이터든, 실패를 판단할 데이터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이다. 그럼에도 직접 페디를 보는 건 그의 달라진 점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한국시간) 페디와 인터뷰를 통해 그의 오프시즌 여정을 다뤘다. 매체에 따르면 페디는 지난해 워싱턴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이사부터 했다. 페디는 원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집이 있었다. 오프시즌에는 이곳을 찾아 훈련을 했다. 그런데 페디는 지난해 애리조나주 스캇데일로 이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피칭 아카데미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애리조나주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프링트레이닝지로 유명하다. 선수들은 1월쯤 애리조나로 들어와 개인 훈련을 한 뒤, 몸을 다 만들고 2월 중순 팀의 스프링트레이닝에 합류한다. 그만큼 야구 관련 시설들이 많이 있다. 페디도 ‘PUSH’라는 한 아카데미에 입소해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아카데미는 물론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설까지 찾아 신체와 기술을 모두 발전시켰다.
페디는 “스캇데일에 가서 어깨를 바로 잡고, 역학 같은 것들을 파고들 필요가 있었다. 기본적인 개조가 필요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과정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이 시설에서 어깨의 높이를 미세하게 조정했고, 그 조정의 전제조건인 어깨 건강을 위해 훈련에 힘을 쏟았다. 패스트볼의 손목 각도와 위치도 손을 봤다는 게 페디와 ‘워싱턴포스트’의 설명이다.
기술 이전에 고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소화한 페디는 더 신체적으로 더 강해졌다. 페디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내가 더 빨리 그것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 ‘드라이브라인’의 아이디어가 막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때 스포츠의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번 오프시즌에 무거운 공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내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그 결과 페디는 지난해보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줄인 대신 횡으로 움직이는 스위퍼를 장착할 수 있었고 이는 한국에서 큰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주목하는 ‘발전의 근거’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런 페디는 한국에서의 성공,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그가 팀을 떠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2023년이 자신의 인생에 큰 기억으로 남을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페디는 “만약 경기가 취소되면, 나는 팬들에게 말하기 위해 때때로 인스타그램에 접속할 것이다. 내가 한국어를 말하는 방식은 모든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웃게 만든다”면서 “어느 외국인 선수가 앨라배마에 와서 남부 억양으로 영어 말하기를 배운다고 상상해보라. 나는 한국어를 그들(팬들에게) 배웠다”고 웃어보였다. 페디는 실제 구단 SNS를 통해 어색한(?)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찍어 많은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물론 (페디의)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년이 될지, 아니면 한국이나 일본에서 자신을 더 증명하는 것이 필요할지, 페디는 확신할 수 없다’고 쓰면서 ‘그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구단의 스카우트를 보고 있다. 재구성된 무기가 세계 최고의 경쟁자들과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페디의 유턴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페디는 이와 별개로 한국에서의 1년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페디는 “내가 늙어서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을 때, 나는 내가 여기에 온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이 모든 것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재밌는 일이 될 것이다”며 한국에서 쌓은 인연을 각별하게 바라봤다. NC는 그런 페디와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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