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덧댄 '집값극단론'…냉철한 균형감이 먼저[박원갑의 집과 삶]
(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왜 경제 극단론자는 자주 등장하는 걸까?
경제 전문가들은 왜 극단적인 전망을 즐겨할까? 큰소리를 치면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듯, 극단론을 내세우면 그만큼 많이 주목하기 때문일까? 어떤 이는 우리 경제가 곧 망할 것처럼, 곧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극단적 전망을 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다. 미래는 우리가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니까. 문제는 확률이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그런 경제위기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꼬일 대로 꼬여 임계점을 지날 때 나타날 수 있다.
경제위기설은 항상 잘 먹히는 테마다. 경제가 조금만 불안하거나 침체 기미를 보여도 경제위기설은 도돌이표처럼 등장한다. 경제위기설이 퍼져 가끔은 진짜 위기로 치닫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우에 그친다. 경제 주체들이 조심하기도 하고, 정부나 금융당국도 대응책을 마련해 수습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나빠져야 경제위기일까? 제2금융권 한두 곳 부도가 나도 경제위기일까? 그것은 금융시장의 일시적 혼란 정도일 텐데 말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 위기로 번지거나 역성장하지 않는다면 경제위기로 볼 수 없다. 이런 금융시장의 일시적 혼란까지 경제위기로 본다면 경제위기설을 주창하는 사람은 매번 적중하는 탁월한 예측가가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극단론을 내놓았다가 조용히 지나가도 아무런 해명이 없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가부도설이 한창 나돌았다. 국가 부도가 현실화하면 엄청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것처럼 떠들었던 전문가가 기억난다. 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났다. 미국 대통령과 하원 의장이 정부의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면서 쉽게 마무리되었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미국 국가 부도를 신흥국의 국가 부도와 동일시하면서 공포에 사로잡힌다.
극단론은 대체로 책과 함께 등장한다. SNS나 매스컴에서 이슈화할 테니 책 판매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잊힐 만하면 또 극단론을 내세워 이목 끌기에 나선다. ‘모 아니면 도’ 식의 도박적 전망은 사람을 놀라게 할 뿐 유용성이 떨어진다.
극단론은 경제의 한쪽만 뻥튀기한다. 먼저 경제위기라는 결론을 내놓고 이에 부합하는 팩트를 동원한다. 주변에 팩트는 널려 있다. 1%대의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여러 변수 가운데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되는 것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외면하는 ‘확증편향’에 빠진 꼴이다. 기술 혁신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선 우리 기업의 긍정적인 측면은 배제한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극단론이 유령처럼 떠돈다. 대표적인 게 가계부채발 집값 급락설이다. 가계부채는 우리나라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복병인 것은 맞다. 실제로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를 추정하면 2022년 국내 가계부채가 3000조원에 육박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 필자도 공감한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많다고 이제 집값이 내려갈 날만 남았다는 주장은 논리가 빈약하다. 이 또한 단순도식에 불과하다.
가계부채는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성인병 같은 것이다. 성인병이 있는 사람은 추운 날 무리하게 야외활동을 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잘 관리하면 무탈할 수 있고 자연수명 이상 장수를 할 수도 있다. 가계부채가 많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튼실하지 못하다. 지난해 미국발 고금리 쇼크처럼 충격이 닥치면 집값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그 돌발 충격은 언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또 집값이 급락이 오더라도 계속 하락하지 않고 지금처럼 다시 반등세를 보이는 법이다. 요컨대 가계부채는 주택시장의 위험요인이지 그 자체가 많다고 반드시 곧바로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경제 극단론은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단순화의 함정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막연한 두려움을 정서적으로 포장한 서사인 게 많다. 문제는 요즘 이런 비관적인 극단론에 많은 사람이 빠져든다는 점이다. 세상살이가 너무 팍팍해서 그런가. 내 삶이 힘드니 극단적 경제위기설에 쉽게 현혹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그렇게 단순한가. 극단론의 마술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2가지다. 세상을 냉철하게 생각하는 균형추를 갖기 위해 지적 훈련을 하고, 확률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통계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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