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닝맨 축제 현장서 수 만명 진흙탕에 발묶여.. 사망 1명

차미례 기자 2023. 9. 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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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 폐쇄로 차량 진입 불가..맨발의 '진흙축제'돼
2일 봉쇄후에도 4일까지 일부 참가자들 축제 계속
[게를라흐( 미 네바다주)=AP/뉴시스]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의 버닝맨 축제에서 거대한 사람 형상의 인형을 불태우고 있는 장면(2013년 8월31일 AP자료 사진). 이 축제는 지구 온난화의 책임을 물어 고소당하기도 했지만 올해에는 폭우와 홍수 위험 때문에 중단되고 참가자들을 대피시켰다. 2023.09.04.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리노( 미 네바다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 네바다주에서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리는 세계적인 반문화페스티벌 '버닝맨'( Burning Man )축제가 이 일대를 휩쓴 폭우와 홍수 등 악천후로 인해 2일 중지명령과 함께 폐쇄되면서 참가자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9월 4일 폐막예정이었던 이번 축제는 이례적인 여름 폭풍우로 장소가 무릎깊이의 진흙탕으로 변한데다 거의 7만 명이 운집한 이 곳에 제대로 작동하는 화장실 조차 없어 축제 참가자들이 곤경에 처했다.

이에 따라 남은 기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일 축제장소 입구를 폐쇄했다고 축제 장소인 블랙 록 사막의 감독권을 가진 미 연방 국토관리국(BLM)이 발표했다. 하지만 3일까지도 사람들은 진흙 범벅이 된 채 예정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축제가 개최된 지역은 리노 시에서 177km떨어진 사막지대이다. 리노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이 곳에는 1일 강우량이 한 번에 거의 3.8cm에 이를 만큼 심한 폭우가 쏟아졌다. 또 일요일인 3일에도 다시 2.5cm이상의 추가 강우량이 예보되어 페스티벌 주최측은 참가자들을 향해 각자 음식과 식수, 연료등을 비축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하도록 공지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참가자들은 3일 AP기자에게 아직도 사람들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진흙탕으로 좀 더러워지긴 했지만 아직도 사기는 드높다.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온 사진작가 스캇 런던은 말했다. 당국의 출입제한과 폐쇄도 "우리들이 아직 본적이 없는 특이한 광경"이라고 말했다.

캠핑을 하며 전위예술을 즐기려는 참가자들은 2018년에도 모래폭풍 때문에 출입구가 봉쇄된 적이 있고 코로나19로 두 번이나 행사가 취소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폭우는 1일부터 쏟아지기 시작했고 3일까지 더 많은 비가 예보되었다. 축제 주최측은 사망자 1명이 발생한 뒤 차량의 진입을 막았지만 아직 경찰은 사망자에 관한 정보는 밝히지 않고 있다.

행사의 백미인 거대한 인형 태우기를 비롯해 크고 작은 소각행사는 모두 마지막 날로 연기되었다.

현지 당국은 되도록 빨리 진입구를 개방하고 싶지만 2일 밤까지도 인근 도로들이 무거운 레저용 차량이나 지프 등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을 만큼 물이 빠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좋아진다 해도 4일 밤이나 차량들이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다.

차량진입이 금지된 이후 참가자들은 대부분 맨발로, 아니면 발에 비닐 봉지등을 감은 채 걸어서 행사장 안에 들어왔다.

참가자들은 각자 음식과 물 등 필요한 물품을 비축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대다수는 축제 현장 안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일부는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빠져나가거나 그 곳에서 차를 얻어 탈 생각으로 미리 출발하기도 했다.

[블랙록 사막(미 네바다주)=AP/뉴시스]막사르 테크놀러지가 제공한 네바다주 사막의 버닝맨 축제현장 위성사진. 30cm 이상 깊이의 진흙탕에 뒤덮여 흐린 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3.09.04.


출연자인 DJ 디플로(본명 토머스 웨슬리 펜츠)는 코미디언 크리스 락과 함께 팬의 픽업 트럭 짐칸에 타고 가는 사진을 2일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두 사람은 진흙탕 속을 9km나 걸어가다가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고 했다.

3일까지도 현장에 남은 사람들은 축제라기엔 너무도 혹심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대부분 셀카로 진흙을 뒤집어 쓴 모습, 흙탕물을 서로 끼얹으며 갑자기 생긴 흙탕물 호수들 옆에서 춤추는 장면들을 올려놓았다.

필라델피아에서 온 사진작가 레베카 바거는 8월26일 도착했지만 처음으로 참가한 버닝맨 축제에서 미리 나갈 수 없다며 끝까지 현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최소한 나무로 만든 거대한 인형과 목조 신전의 구조물을 불태우는 마지막 이틀 밤의 메인 행사만큼은 꼭 지켜봐야겠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구두나 신발이 진흙 속에서 엉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발, 또는 발이나 구두 위에 비닐 봉지를 감은 모습으로 걸어다니고 있다.

바거는 모든 사람들이 이미 들어온 차량에서 함께 잠자며 진흙탕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자신도 무릎깊이의 진흙 속에서 몇 시간씩 춤을 춰본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퍼싱카운티 경찰은 이 곳에서 사망한 사람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사망의 원인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아서 버티는 사람들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국토관리국의 존 애슬린 대변인은 축제 현장 부근에서 떠나는 끊임없는 차량 행렬이 목격되었다면서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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